[데스크칼럼] '여당'의 국회 보이콧

2024-06-18     조석근 기자
조석근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국가다. 그 핵심이 국회다. 국회가 법을 제정하면 행정부는 집행한다. 사법부는 판단한다. 굳이 헌법이나 국회법 조항을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 국회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국회 역할이 입법 기능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야권의 냉소처럼 법조인들이 최고 권한을 행사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국회는 모든 법률의 근거 규정인 헌법에 대한 개정 제안과 의결의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그 헌법에 입각해 모든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한다. 국회 홈페이지는 바로 이것을 "법치국가에 있어서 법률은 모든 국가 작용의 근거가 되므로 국회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권한"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국회는 행정부의 예산안을 심의한다. 매년 예산안은 기획재정부가 전 부처의 소요를 반영해 원안을 만들지만 반드시 국회가 그 내용을 심사한다. 매년 9월 이후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예산안도 법안이다. 예산안 심사 그 자체가 행정부에 대한 감독 기능이다. 그리고 좀 더 직접적인 국정감사, 국정조사, 현안질의, 각종 청문회···.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국무총리,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요인들은 국회가 동의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들은 물론 각 부처 국무위원들에 대해 탄핵소추도 가능하다. 총선을 기준으로 전, 후반기 임기마다 원 구성 협상이 이뤄진다. '원'이란 사실 일상적인 용어는 아니다. 정치에 관심이 덜한 일반인으로선 생소하다. 국회의장단과 국회 주요 기관, 그리고 실질적인 입법권과 대정부 감독 기능을 분야별로 수행하는 상임위원회를 의미한다. 원 구성 협상은 그래서 늘 여야의 주도권 다툼 양상을 나타낸다. 이번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여당이 의석수에 기반한 세력 다툼에서 크게 밀렸다. 심지어 의정활동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당의 주요 상임위원회 점유에 반발해 협상 자체를 거부한다. 민주당이 18개 모든 상임위를 가져가면 여론이 알아서 분노하고 심판할 것이란 의도다. 그러면서 당 정책위원회 산하 15개 특별위원회를 가동한다는 입장이다. 상임위 대신이라는 것인데 당정협의로 정책이나 시행령을 발표하면 이것을 정부가 그대로 추진하면 된다는 것이다. 시행령은 법률에 의거해 각 정부 부처가 마련하는 하위 법령이다. 아예 민주당 주도 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여당 의원은 행정부의 정책 추진사항을 법률적으로 검토, 추인하는 법제처 실무자 역할에 그친다. 여당, 야당 구분 이전에 국민의힘 소속 108명 한명 한명이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입법활동 단위다. 야당이 주도한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해야 한다. 협상을 요구하고 그 처리를 지연시키고 모든 논리를 동원해 공론화해야 한다. 엄연히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그 실무 보좌진들이 있다. 당 정책위원회 소속 전문위원과 연구원이 있으며 당 차원의 싱크탱크가 있다. 개별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받고 당은 선관위의 정당 지원금을 받는다. 그래서 '공당'으로 불린다. 그리고 여당은 대통령과 함께 국정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함께 여(與)'를 쓴다. 여당이 국회 고유의 입법권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