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단휴진에도 환자 돌보는 개원의… 우려 수준 의료공백 없어

개원의 집단휴진 참여 적어… 정부, 휴진신고율 4.02%로 파악 서울시내 가정병원·개인종합병원 대부분 ‘정상영업’中

2024-06-18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공의 및 의대교수가 주축이었던 집단행동에 오늘부로 개원의도 참여하기로 했다. 일부 개원의는 휴진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여전히 병원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매일일보가 서울 중구와 여의도, 강남 일대를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지역 대부분의 일반 가정병원과 개인 대형종합병원은 오늘 의협 집단행동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총 1463개소로 전체 명령대상 의료기관의 4.02%로 확인했다. 당초 정부는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방침이었는데 정작 신고는 7분의 1도 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의협이 집단행동 투표를 통해 의견을 모았던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 최근 의협이 실시한 집단행동 여부 투표에 의하면 유효 투표인원 12만9200명 중 7만800명이 투표했고, 그중 개원의가 2만4969명으로 가장 많았다. 어제까지만해도 의료계 사이에선 개원의들이 휴진신고를 하지 않고 당일날 집단행동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예상과는 달리 수도권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휴진 대신 환자를 선택했다. 오늘 영업 중인 서울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생명에 치명적인 질환이나 사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국민들은 일반 병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 시스템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휴진하지 않는 병원도 있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원장 한명에 전문의 둘 뿐 아니라 간호사가 넷, 행정직원이 넷이나 있다. 이들은 병원과 환자만 바라보며 일하는 직원들이다. 의사 입장에선 의대증원은 반대지만, 직원 생계가 달린 문제라 휴진엔 조심스럽다. 또 도심지 한복판 건물 임대료에 병원 인테리어 대출금 등 수많은 경제적 문제가 얽혀있어, 조그만 개인 병원 의사는 휴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일부 언론은 개원의들이 집속력이 강한 ‘맘카페’ 불매운동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휴진을 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양주의 한 소아과 개원의는 “이제까지 말도 안되는 트집으로 맘카페 불매 운동의 표적이 된 의사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나도 동네 주민으로서 어떤 중상모략에도 병원을 유지해 왔다. 이번 사태서도 내 입장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외과 수술이 가능한 개인 대형병원도 평소처럼 가동되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형종합병원도 오늘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었다. 해당 병원엔 내과전문의 8명, 외과전문의 2명 외 전문의 1명이 근무하며, 평소처럼 내과 진료는 물론 외과 수술과 건강검진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에 휴진에 대해 묻자 “휴진 상황은 병원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보다시피 현충일(6일) 이후엔 휴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 모두닥 등 어플에선 병원의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어플로 이비인후과나 소아과, 산부인과 등 특정 분야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진료 중'으로 확인됐다. 방문 및 전화로 취재한 결과, 이비인후과만해도 을지로 인근에선 약 20여곳, 여의도에선 7곳, 잠실에선 8곳이 평소처럼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여의도의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최근 사태와 관련한 휴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보통 내원자가 집중되는 점심시간에도 평소보다 많거나 적진 않았고 평소와 같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 보단 지역사회에서 휴진 사전 신고가 더 많았던 만큼, 지방 의료공백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휴진 신청은 1∼2% 수준이었지만, 광주의 경우 지역 전체 의료기관 1053곳 중 11.78%, 전남은 966곳 중 14.18%가 신고했다. 현재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위중증 환자에 의료 역량을 집중하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지방의료원 35개소, 적십자병원 6개소 등을 포함한 전국 공공의료기관 97개소가 그 중심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별 병의원 휴진 현황을 파악해 필요 시 각 기관별로 진료 연장 확대 및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실시한다. 문여는 의료기관 신속한 정보제공과 응급환자 전원 지원 등이 필요한 경우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적극 이용을 독려했다.

그러나 해당 체계에서 가벼운 질환은 우선 진료 순위에서 배제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환자가 나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개인병원의 역량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만큼, 개원의의 휴진 참여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