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찾아간 푸틴 "北과 서방 통제 없는 결제체계 발전"
北 노동신문 기고…국제사회 금융제재 우회로 시사 미·중 의식 유라시아 ‘평등·불가분리 안전구조’ 강조
2025-06-18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1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이는 2000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으로,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러 정상회담을 한 이후 9개월 만의 답방이기도 하다.
18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크렘린궁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18~19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을 포함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이어 19∼2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방북 직전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노동신문에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공동의 노력으로 쌍무적 협조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려세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글은 이번 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북한이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무역·결제 시스템을 갖추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지하겠다며 "국제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 건설 △인도주의적인 협조 발전 △북러 고등교육 기관간 과학 활동 활성화 △상호 관광 여행·문화 및 교육·청년·체육 교류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한 북한에 감사를 밝히며 러시아도 북한의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와 자주권에 대한 호상존중, 서로의 이익에 대한 고려를 기초로 하는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수립하는데 저해하려는 '서방집단'의 욕구를 견결히 반대해 나설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수와의 대결에서, 자주와 독창성, 발전의 길을 자체로 선택하려는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영웅적인 조선인민을 지지하였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북러의 협력 발전 계획들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등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 양국이 현재의 우호조약보다 높은 단계의 동맹을 체결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신냉전' 체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00년 북러는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우호조약을 체결하며, 1961년 북한과 소련 동맹조약에 체결된 양국의 유사 상황 시 '자동군사 개입'을 명시한 조항을 빼고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북한과 러시아가 기존 조약에서 더 나아가 동맹관계 재설정과 군사·경제협력 등을 담은 새 조약에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기입될지 여부는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러 관계 및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북한에서 희망하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포함한 상호방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은 높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과 전략핵추진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등 동북아 정세에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술의 전수를 지속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 없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알기까지 실제 회담 이후 수일이 소요될 수 있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일단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연합뉴스TV에서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도 한 바 있다"며 "계속 지켜보면서 푸틴의 방북 결과를 세밀히 분석해 (북러 군사협력이) '수사'로 그치는 것인지 실체가 있는 것인지, 수사라 해도 강도나 내용은 어떤 것인지 다 종합해 거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