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北핵폐기에 국제사회 적극 나서야”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 언급…“테러집단 이전 우려”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 한반도서 최초 실현의지 피력
2014-03-25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5박7일 일정으로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 “3년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재앙이 테러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강력하게 촉구했다.이는 지지부진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박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유엔 안보리결의 등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만약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 집단에게 이전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이어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되어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 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세계 평화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체르노빌·후쿠시마 사태’를 인용하며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다.박 대통령은 또 “이렇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비확산, 핵안보, 핵안전 등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인 만큼,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핵안보와 핵구축, 핵비확산의 시너지를 위한 통합적 접근 △핵안보에 관한 지역협의 메커니즘의 적극 모색 △핵안보 분야 국가들 사이의 역량격차 해소 △원전 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대응방안 강구 등 ‘국제 핵안보 체제의 발전을 위한 4개항’을 제안했다.이는 박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직전인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가진 네덜란드 NO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문제가 심각한 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하나의 ‘세계의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와 같이 만들어 전세계가 여기서부터 핵무기 없는 세상이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힘을 모은다면 그것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즉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이다.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은 핵무기의 직접적인 위협 속에 놓여있는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이는 곧 자신이 연초부터 강조해 온 ‘통일대박’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당사자간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사회도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이번 회의에서 강력하게 촉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박 대통령이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그동안의 소극적이라는 지적과는 달리 “앞으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전향적’인 언급을 한 것도 북핵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