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 오해와 진실]①최태원 주식 가치 '항소심의 치명적 오류'

항소심 판결문 오류 찾아낸 최태원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 아냐" 반박

2025-06-19     최은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1조4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금이 걸린 '세기의 이혼'에 SK도 그룹 차원의 대응을 공식화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이 지적한 오류를 경정(수정)하면서 2심의 적법성 여부도 화두로 떠올랐다. 향후 대법원 판단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가 높아진 가운데 이혼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쟁점에 대해 네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과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1조3808억원 재산분할' 선고 결과를 놓고 '장외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1조3808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판결 근거가 된 '주식 가치 산정'이 핵심 쟁점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이 찾아낸 주식 가치 산정의 계산 오류를 수정하면서도 재산분할액 등 판결 주문은 유지해 향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판결문 오류 인정한 법원 

최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SK㈜의 모태가 되는 대한텔레콤(현 SK C&C) 주가 상승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도가 과대평가 됐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 계산 시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액면분할을 반영하지 않아 기여 부분 계산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의 가치를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한상달 청현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이 오류를 바로 잡으면 주식 가치 상승 기여도는 최 선대회장이 12.5배에서 125배로 늘어나고 최 회장은 355배에서 35.5배로 줄어든다고 봤다. 이는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사업가'가 아닌 '승계상속형 사업'가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날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하고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해 재산분할 비율을 과도하게 확정하는 오류로 이어진 만큼 대법원에서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실제 주당 가치가 최 회장 경영 시기보다 선대회장 경영 시기에 더 많이 올랐다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상속재산의 성격이 더 강해지는 셈이다. 혼인 전부터 부부가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부부 일방이 상속·증여·유증으로 취득한 재산 등은 특유재산으로서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 반박이 나온 직후 오류를 인정, 판결문을 경정하면서 사실상 판결에 흠집이 난 셈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8년 대한텔레콤의 가치를 100원에서 1000원으로 수정했지만 판결 결과는 그대로 유지해 논쟁이 지속됐다. 

◇늘어난 최태원 회장 기여 비교기간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는 18일 이례적으로 '17일자 판결 경정에 관하여'라는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경정은 최 회장의 경영활동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해 발생한 계산오류를 바로잡은 것이지, 재산분할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9년 11월(SK C&C 주식 가치) 3만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998년 1000원의 가치였던 대한텔레콤이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올해 4월 16일 당시 주당 16만원인 SK㈜ 주식으로 변모, 최 회장의 재임기간인 26년 동안 약 160배의 가치상승이 이뤄져 선대회장(125배)보다 기여도가 큰 만큼 결론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최 회장이 '승계상속형'이 아닌 '자수성가형' 사업가에 가깝다는 취지인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판결에서 오류가 발생해 다시 다퉈볼만한 쟁점이 발생한만큼 파기환송하거나 사실관계를 다시 따져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기여도 판단을 위한 주가의 마지막 기준점 변경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기존 항소심 판결문은 SK C&C 상장시점인 2009년 11월 11일을 기준으로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도를 비교했지만 설명자료에서는 기여도 산정 시점을 올해 4월 16일까지 26년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러한 논리를 견지하려면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 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궁금하며,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추가해명을 요구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오류를 기초로 재산분할 지급을 결정했는데, 판결문 경정으로 기여도가 '125대 160'으로 바뀐 만큼 다시 따져볼 여지가 발생해서다. 이어 "재판부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실질적 혼인 관계가 2019년에 파탄났다고 밝혔는데, 2024년까지 기간을 연장해 최 회장의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혼인관계가 파탄난 이후의 시점인 2024년까지 기여도를 재산정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정된 항소심 판결은 이제 대법원에서 다투게 됐다. 최 회장은 상고장 제출기한인 오는 21일 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