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선 자국 플랫폼 보호 앞장서는데…한국은 왜

플랫폼법 재추진 정치권 움직임에 업계 촉각 EU·미국·일본 등 자국 플랫폼 보호 정책 내놔

2024-06-19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최근 라인야후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자국 플랫폼 중심의 보호 정책을 펼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토종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역차별 문제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기해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기자단 차담회에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도입 필요성을 피력하며 재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 특성상 독과점이 고착되면 승자 독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경쟁 회복도 매우 어렵다”며 “국회에도 법안의 필요성을 잘 설명하며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독점력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업계의 강렬한 반발을 의식해 추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플랫폼법 제정 논의에 가속이 붙는 모습이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법 제정 추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인 데다 민주당은 ‘플랫폼법’ 도입을 총선 공약 중 하나로 내걸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쿠팡이 자사브랜드(PB) 상품 밀어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제를 받으면서 관련 법 추진이 탄력을 받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 △전자상거래법 등 독과점 규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온플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는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가 본격화되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이나 심사 지침을 적용해 규제 가능한 상황임에도 토종 플랫폼에 대한 지나친 다중 족쇄가 채워져 국내 온라인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추진한 플랫폼법을 두고 “스타트업 업계를 이중, 삼중으로 옥죄는 규제가 될 것”이라며 “회사가 성장하면 더 많은 규제로 활동이 어려워질 테니 현행 수준을 유지하라는 ‘전족’(纏足) 같은 조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게다가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가 국내 시장 내 영향력을 끌어올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업황이 더욱 악화된 형국이다. 현지 제품 직매입 방식으로 가격 차별화를 갖춘 C커머스는 KC인증 의무 면제, 통과세 미적용 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해외에선 자국기업 보호 기반의 법안을 적용하거나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는 역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EU는 장악력을 겸비한 해외 플랫폼을 대상으로 고강도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발의된 빅테크 규제법안 가운데 5개를 전면 없애고 ‘틱톡 금지법’을 앞세우고 있다. 일본은 ‘스마트폰 경쟁 촉진 법안’을 내걸고 자국 플랫폼 보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자국기업을 더욱 보호하는 흐름을 보이는 반면, 국내에선 플랫폼법 등 각종 규제법안 추진이 예고되면서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