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출산 현금지원 한계… "주거안정부터 선행돼야"

출산 결정 첫째 요인 주택 매매·전세가 “지원금 확대보다 집값 안정화 우선”

2024-06-19     김승현 기자
서울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주거대책부터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출산가구에 주택 구매자금 대출지원을 시행토록 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면 부부합산 연 소득 1.3억원 이하 및 일정금액 이하 순자산 보유액 요건만 갖추면 된다.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구매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처럼 매년 세금보조를 통한 정부의 정책 지원에도 합계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OECD국가 중 최하 수준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출산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는 ‘주택 매매·전세가’(30.4%)가 꼽혔다. 이는 사교육비(5.5%)의 약 5.7배에 달하는 수치다. 둘째와 셋째 출산을 결정할 때도 집값은 가장 큰 변수(둘째 28.7%, 셋째 27.5%)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은 주택 매매가가 1% 오르면 출산율은 0.00203명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출산율과 주택 매매·전세가 및 사교육비와 경제성장률 등 요인을 분석한 수치다. 전세가가 1% 오를 때 출산율은 0.00247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현금지원 등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집값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우리나라 출산 99.9%는 결혼을 통한 것으로 혼인율을 높이려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치솟은 가격을 끌어내려 집값을 안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출산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안 주는 것보다야 낫지만 지원금 10만원을 준다고 해서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냐”고 꼬집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교수도 “준비가 부족한 청년기가 출산을 위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주거 문제”라며 “아직은 경제적인 부분이 취약한 이들에게 현재 집값은 너무나 비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출산을 위해 무주택 예비 유자녀 가구에 대한 추가 청약가점 부여나 생애주기를 고려한 주택취득세 면세제도 도입 등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별공급물량 확대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등 자금력이 부족한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