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종부세·상속세 개편 시동에…野 "부자감세 안돼" 반발 고조

대통령실, 종부세 폐지·상속세율 인하 시사해 野 "나라 곳간 거덜…'세수결손 청문회' 필요"

2024-06-19     이설아 기자
용혜인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정부·여당이 최근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상속세율을 30%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야당들은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또 '부자감세'를 진행한다며 '재정청문회'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19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민의힘이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낮추겠다는 것은 '부자감세'라는 말로 부족하다. 그야말로 '초부자감세'"라며 "윤석열 정부는 민생 위기에도 건전재정 운운하면서 작년 관리재정수지 기준 87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만든 역대급 재정무능 정부"라고 일갈했다. 용혜인 의원은 이어 "이미 단행된 대규모 부자 감세를 만회하고 세제의 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냥 증세가 아니라 오히려 '부자 증세'에 집중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 과반 야당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초부자감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99% 대다수 국민 앞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용 의원의 발언은 앞서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는 초고가 1주택과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리고 상속세는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고려해 최고 30% 수준까지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상속세는 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그 다음으로 유산 취득세·자본 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튿날인 17일 여당도 정부 정책 노선에 대한 동조의 뜻을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기중앙회 정책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상속세가 선진국이 돼서 굉장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속세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도 이번에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야당들은 이에 동조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세수 결손은 5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도 30조원이 넘는 세수결손이 예상된다"며 "나라 곳간은 거덜날 지경인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또 부자감세"라고 지적했다. 진 의장은 "부자감세로 빈 곳간을 서민 유리지갑으로 채우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며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에 대해 재정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내대표와 긴밀히 상의해 재정청문회를 추진하는 방향을 (지도부가) 적극 검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조세개편은 국민 여론 수렴이 우선인데 정책 내용도 발표 방식도 모두 불량하다"며 "공청회 한번 없이 여당 원내대표가 추진한다고 발표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황 원내대표는 "조세 정책은 입법을 통해서만 변경될 수 있는데, 대통령이 세법 개정을 무슨 수로 하겠다는 거냐"며 "상속세 인하로 정국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막장 쇼는 더 큰 문제"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