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출생 정책 발표, ‘미봉책’ 그친 1차 대책과 다른 점은?
육아휴직·육아수당 대폭↑…영유아·초등 돌봄 강화 성평등·근로시간 단축 내용 빠져 일부 비판도 있어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3월에 이어 국가 차원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19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금융지원에 그친 기존 저출산 정책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던 1차 대책 대비 구체화된 측면이 많고, 관련 예산이 대폭 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위원회는 지난해 5개였던 핵심 분야를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개로 줄이는 등 ‘선택과 집중’을 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육아휴직기간 동안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크게 끌어올린다. 그간 통상임금의 80% 수준인 월 150만원의 급여를 최대 250만원까지 올린다는 방침이다. 휴직급여 중 25%를 복직 후 6개월 이상 근로 시 지급하는 사후지급금을 폐지한다.
또 배우자(아빠)의 출생휴가 기간을 기존 10근무일에서 20일까지 늘리고, 청구기한 역시 90이에서 120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배우자 출생휴가 급여 지급기간을 5일에서 20일로 늘린다. 방학·어린이집 휴무 등 돌봄 수요가 많은 시기에 연 1회 2주의 육아휴직 사용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검토 단계에 머물렀던 △시차출퇴근 △근무시간 선택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제도를 활성화하고자 해당 내용을 ESG 평가지표에 반영하고, 국민연금 투자 고려사항에 넣어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돌봄 관련 정책 역시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구체화된 모습이다.
영유아의 보육은 ‘유보통합’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기관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무상교육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가책임을 강화해 0세반의 경우 교사 대 영아비율을 1:3에서 1:2로 줄이고, 3∼5세반은 1:12에서 1:8로 개선한다.
초등생 돌봄은 각 부처로 산재된 체계를 통합관리체계로 개편하고, 오는 2026년까지 늘봄학교 대상을 전학년으로 확대한다. 향후 단계적으로 프로그램을 무상 전환해 초등 단계 돌봄을 국가책임의 ‘퍼블릭케어’로 끌어 올릴 방침이다.
주거 관련 대책은 지난해 연속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양적 확장을 꾀한다.
우선 위원회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을 향후 3년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출생가구 대상 주택을 연간 7만호에서 12만호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출요건 완화 △우대금리 적용 등 주택자금 지원 △신혼출생가구 주택공급물량 확대 △청약요건 완화 △공공임대 거주 지원 강화 등에 대한 문을 넓히고 규모 역시 늘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는 기존 정책을 더욱 구체화한 것“이라며 ”인구감소로 인한 사회문제가 가시화된 시점에 국가정책 자체가 출생인구 증가에 중점을 두는 만큼, 주택 분야를 포함해 그에 적합한 세부방침을 제시하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근로시간 감소와 성차별 해소를 위한 구체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1차 대책 발표 후 부모의 경력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이번에는 담기지 않았다.
실제로 기혼여성의 주당 근로시간이 1시간 늘어나면 첫아이 임신확률이 1%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장시간 근로는 하위직급 여성의 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리급의 경우 노동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 임신확률이 0.43%포인트 줄었다. 반면 과장급 이상 관리직일 경우 0.24%포인트 감소했다.
김상미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보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고 출생률도 회복하는 추세인데 한국만 저출생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선진국은 일·가정 양립지원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 관행이 유지돼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해체를 필두로 성평등 의제를 꾸준히 부정해왔다”며 “이번 여성과 가정을 ‘아이 낳는 기계’로 보는 시각이 바꾸지 않는다면 획기적 출생률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