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코리아] 저출산 해결, 여성경력 단절 등 사회구조 개혁부터

지난해 출생률 0.72에 이어 올해 0.6 하락 전망 재정지원 확대보다는 인구정책 거버넌스 자체를 바꿔야

2025-06-25     김수현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구(IMF)는 총재는 지난 2017년 한국의 출생률을 확인한 후 이를 '집단적 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고 절망적으로 평가했다. 리카르트 전 총재의 발언 당시 1명을 겨우 유지하던 출생률의 바닥을 헤아리는 것조차 어렵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생률은 0.72를 기록했고, 1분기에는 0.76으로 역대 1분기 중 최저치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올해 출생률이 0.6으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집단적 자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출산의 주체인 여성 친화적 정책 및 젊은층 사회경력 보장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부터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들 출산회피가 계속되면 급격한 사회 고령화와 성장률 및 생산성 저하, 재정 여건 악화가 진행되면서 다시 출산 회피를 낳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주거 여건 지원 △돌봄 지원 △육아휴직 및 육아급여 강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 경제적 지원 확대보다는 여성과 가정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대한 경제 및 환경적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육아·가사노동시간 비율이 여성의 23% 수준이다. OECD 평균은 52%의 절반으로, 보수적 색채가 짙은 일본(18%)과 튀르키예(22%)에 버금간다. 여성의 육아로 인한 고용상 불이익인 '차일드 페널티'를 줄여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생률 감소'에 따르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와 동시에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남성의 고용률은 자녀 유무에 따라 변하지 않지만, 여성의 경우 자녀가 경력단절과 고용상 불이익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차일드 페널티는 2013∼2019년 출생률 하락 원인에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차일드 페널티는 청년 세대 미래 출생률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고 차별이 감소해 자녀가 없는 청년층의 경우 남여 고용률 격차가 점자 줄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출산을 통해 차일드 패널티 겪는 주변 여성들을 보며 출산을 꺼리게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자녀가 없는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성별 고용률 격차의 축소는, 역설적이게도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 격차의 확대로 이어져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여성의 수를 증가시킨 것"이라 분석했다. 지난 2022년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육아휴직제도 개선사항에 따르면 △육아휴직급여 인상(28.9%) △동료에 대한 보상 지원(17.0%) △위반 처벌 강화(15.6%)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결국 출생률을 제고의 열쇠는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을 낮추는 것이 핵심적 사안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 육아기 부모의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재택·단축 근무 제도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 가정 내에서 남성의 자녀 교육·보육 비중을 늘려 여성의 비대칭적 육아부담을 낮춰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맥락을 끊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기존 저출산 제도를 규정했던 프레임을 극복해야 저출산 사회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저출산 사회의 원인을 “청년들의 생애과정 이행을 늦추고, 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여성 경력단절을 포함한 일자리·주거·사교육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의 저출산 정책은 지원 위주의 개별사업들로 이뤄져 있는데, 개별사업 중심의 접근 이면에는 인구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경제주의적 프레임이 존재한다”며 “지금까지 체계가 풀지 못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에 직접적으로 다가가고, 인구 변동이 초래할 사회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인구정책의 거버넌스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