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코리아] 건설 현장 외국인 고용 급증···'양날의 검'
비전문 취업 비자·채용 쿼터 대폭 확대 인력난 해소·부실 시공 확산 명암 교차 합법 체류 유도→숙련공 증가 유도해야
2025-06-25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심각한 저출산과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건설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 확대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지만, 부실 공사와 하자 급증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발급받은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규모는 16만5000명이다. 지난해 12만명보다 4만5000명(37.5%)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건설업에 적용하는 외국인 채용 쿼터는 2022년 2400명에서 올해 6000명으로 두 배 넘게 확대됐다. 그러나 현장에 필요한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국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세계 최저수준인 0.65명(2024년 1분기)에 불과한 합계출산율 등으로 현장에 젊은 인력 수급 불균형이 가속화된 까닭이다. 관련 통계를 보면 전국 건설 현장에 근무하는 단순직 노동자 중 20~30대는 2004년 45%에 달했지만, 올해 15%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은 3%에서 23%로 급증했다. 최근 공사비 급등과 분양 침체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반면 원청에서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최저가낙찰제가 강화되면서 내국인보다 일당이 낮은 외국인 고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임금·근로 조건에서 외국인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처우해선 안 되고 최저임금(시간당 9860원)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영세한 상당수 하청업체(전문건설사)들은 무리하게 수주를 따낸 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비자 상태와 무관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고, 내국인보다 20~50%가량 낮은 수당을 지급하는 게 만연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숙련·불법 체류자 고용 확대는 우선 내국인 일자리 박탈과 안전사고 가능성을 높이고, 이들의 무책임한 작업 행태가 크고 작은 하자와 부실시공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은 하도급을 통해 인력 운영 부담과 비용을 대폭 줄이고 하수급인은 재하도급으로 중간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직접 시공하지 않아 노무관리 부담도 거의 없다"면서 "재하도급인의 경우 공사와는 별개로 입찰을 위한 영업비와 패찰 위험을 줄일 수 있어 불법하도급이 만연하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숙련 비자(E7) 충원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숙련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선 뿌리기업에 30개월 이상 근무해야 하고,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3단계 이상 이수자 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김진하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 수요에 맞춰 세계 주요국들처럼 중앙-지방정부 간 연계를 강화하고, 인력난이 심각한 지자체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효 경상국립대 교수는 "단기순환 정주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노동 이주 정책을 폐기하고 장기 거주·정착 이민 중심으로 노동 이민 정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