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반도체·운수업 등의 호조로 지난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성장·수익성 평균 지표들이 개선됐다. 하지만 일부 업종과 대기업이 견인한 실적 개선으로, 중소기업만 따로 떼어 보면 오히려 성장·수익성이 더 나빠졌다.
특히 고금리 여파로 부채비율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기업 안정성은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20일 공개한 '2024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2962개(제조업 1만1604개·비제조업 1만1358개)의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감은 작년 2분기(-4.3%)부터 3분기(-5.2%)를 거쳐 4분기(-1.3%)까지 계속 뒷걸음치다가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의 경우 매출 증가 폭(3.3%)이 작년 4분기(0.9%)보다 더 커졌다. 세부 업종 가운데 기계·전기전자(13.8%) 업종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확대와 반도체 가격 상승 등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운수업(5.9%)도 운임지수 상승 등과 함께 매출이 뚜렷하게 늘었다. 하지만 비제조업의 매출은 1년 전보다 1.6% 줄었다. 감소 폭은 작년 4분기(-4.0%)보다는 축소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작년 4분기 -1.3%→올해 1분기 3.0%)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중소기업(-1.5→-6.9%)의 매출 감소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수익성 지표도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1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5.4%)은 작년 1분기(2.8%)의 약 두배에 이르렀다. 세전 순이익률(7.4%) 역시 1년 사이 2.4%포인트(p) 높아졌다.
제조업(2.5→5.4%)과 비제조업(3.2→5.3%)의 영업이익률이 동반 상승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입금 발생,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매출 호조, 전력 도매가격 하락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로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고금리 여파로 부채 의존도는 높아졌다. 기업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92.1%로 전분기(89.2%)보다 2.9%포인트 올랐다. 이는 작년 1분기(95.0%) 이후 최대 수준이다. 2015년 이후 평균(89.5%)보다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차입금 의존도도 1분기 25.7%로 전분기(25.4%)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 대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의 개선세는 더디다고 평가했다. 강영관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전체적으로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전기·전자업이나 운수업 등 일부 업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으므로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의 업황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선되진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