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기업 절반, 중처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
애로사항 예산확보·전문인력 확보·전담조직 설치 순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게 된 50인 미만 기업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대재해처벌법 순회설명회에 참여한 50인 미만 중소기업 702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전국 기업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47.0%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이행사항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의 의무사항으로 이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용자는 처벌받게 돼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 설치' 등 9가지로 구성돼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조치사항 중 가장 부담이 되는 사항으로 '안전보건에 필요한 예산 마련'(57.9%)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안전보건관리자, 담당자 등 전문인력 배치'(55.9%), '안전보건업무 전담조직 설치'(53.8%) 등 순이었다.
실제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보건예산과 인력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50.9%가 안전보건관리에 연간 1000만원 이하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었으며, 예산이 거의 없다는 기업은 13.9%에 달했다. 반면 1000만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기업은 35.2%로 나타났다.
안전보건업무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기업 또한 28.2%에 그쳤다. 기업의 38.4%는 사업주가 직접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2.4%는 인사총무(19.2%)나 생산관리자(13.2%)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의 안전의식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사업주의 안전의식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94.3%, 근로자의 안전의식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83.7%에 달했다.
대한상의 주최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에 참석한 목포 금속재 기업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인식은 커졌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 높은 수준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외부의 도움 없이 이를 타개하기는 쉽지 않아 정부의 지원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과 관련해 기업들이 가장 필요한 정부지원정책으로 '안전보건 전문인력 양성 및 인건비 지원'(60.9%)과 '업종‧직종별 안전보건매뉴얼 보급'(59.4%)을 꼽았다. 이어 '노후설비 개선 등 안전투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54.2%), '안전관리체계 컨설팅 등 실질적 기술 및 설비 지원'(48.6%), '산업재해예방 현장지도 강화'(21.3%) 순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확대에 따른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활용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50.1%가 정부지원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70.4%가 정부지원정책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추가적으로 유예되지 않고 시행됨에 따라 법 보완에 대한 기업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증 보완이 시급한 사항에 대해 묻는 설문에 중소기업들은 '고의, 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규정'(76.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근로자의 안전지침 준수 법적의무 부과'(42.9%), '경영책임자 개념 및 원청 책임범위 명확화'(32.2%), '법상 안전보건확무의무 체계 구체화'(31.6%), '처벌수준 완화(하한형 징역 → 상한형 징역)'(21.1%) 등 순이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지 않고 시행된 만큼 인력과 재정적 지원을 통해 소규모 중소기업들이 법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 역량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현행 처벌 중심의 법체계를 사전인증제 도입 등 예방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법으로써 역할할 수 있게 입법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