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전쟁상태 처하면 지체없이 군사원조"···사실상 '동맹 복원' 평가
조약 내용 전문 보도···과거 '조·소 동맹 조약'과 유사 한반도 통일 내용 안 담겨···김정은 뜻 반영된 듯
2025-06-20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북한과 러시아는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돌입할 경우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자동 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해 사실상 북러 동맹이 복원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서명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전문을 보도했다. 조약은 총 23조로 구성됐다. 특히 제4조가 국제사회의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제4조에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적시됐다. 이 조항은 1961년 북한과 러시아의 전신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 제1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다. 조·소 동맹조약 제1조에는 "체약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연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되어있었다. 조·소 동맹조약은 소련이 1990년 한국과 수교를 맺고 1991년 해체된 뒤 1996년 이 조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폐기됐다. 북러는 2000년 '우호·선린·협조 조약'을 다시 체결했는데,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빠지면서 '유사시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으로 대체됐다. 아울러 북러는 둘 중 한 나라에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면, 위협 제거를 위한 협조 조치를 합의할 목적으로 협상 통로를 "지체없이" 가동하기로 하면서, 이를 제3조에 담았다. 제8조에는 "전쟁을 방지하고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위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밖에 북러는 제2조에서 최고위급회담 등 대화와 협상으로 양자 문제는 물론 국제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국제무대에서 공동보조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전 지구적인 전략적 안정과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지향하며 호상(상호)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북러가 맺은 이번 조약에는 과거 조약에 공통으로 등장했던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남한을 '적대 관계'로 규정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역시 이를 용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신은 이번 조약의 효력은 무기한이며 효력 중지를 원할 경우 상대측에 서면으로 통지하면 통지 1년 뒤 효력이 중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