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소기업...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비중 역대최고
"금리 올라 금융비용 부담↑"…영업익 증가율 역대 최저
좀비기업 계속 늘어...원자재 상승에 하반기 전망도 깜깜
2025-06-2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와 저성장에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빚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은 40%를 넘으며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은 성장성도 악화됐고, 수익성도 부진해 지난해에는 1000원어치 팔면 40원도 못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인 국내 외감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직전년 16.9%에서 -2.0%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2020년(-3.2%) 이후 세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석유정제·코크스 등을 중심으로, 비제조업은 운수·창고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감소로 전환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도 부진했다. 지난해 외감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직전년 5.8%에서 3.8%로 쪼그라들었다. 2013년 이후 최저치로 1000원 치를 팔면 60원을 남기다가 이제는 40원도 못 남긴다는 의미다.
제조업(6.3%→3.2%)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석유정제·코크스, 화학물질·제품을 중심으로 하락했고, 비제조업(4.1%→4.4%)은 운수·창고업 등이 하락했지만, 전기가스업의 적자 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상승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 감소와 이자비용 증가가 맞물리며 크게 줄었다. 2021년 654.0%였던 이자보상 비율은 2022년 443.7%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19.5%로 더 크게 하락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34.6%에서 40.1%로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은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기업으로 통상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이자보상비율이 100~300% 미만(18.4→20.7%) 기업 비중도 확대됐다. 반면 300~500% 미만(8.1→87.5%)과 500% 이상(38.9→31.7%) 기업 비중은 축소됐다. 무차입기업은 2022년 10.4%에서 지난해에는 9.0%로 줄었다.
안정성도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다.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28.8%를 기록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부채비율은 105.0%에서 102.5%로 하락했다. 제조업·비제조업과 대기업·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이 모두 하락했다.
강영관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 금리 오름세에 기업들의 금융 비용 부담이 높아졌다"면서 "여기에 매출액 영업이익이 하락하면서 이자보상비율은 낮아졌고,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은 당연히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 비중이 줄어든 것은 그동안 상당히 수익성이 좋았던 기업들도 지난해에는 업황이 워낙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면서 "다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며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국내 중소기업 절반 가까이가 올해 하반기에도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영 애로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 부진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 애로 및 2024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47.8%가 하반기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12.0%에 그쳤고 보통이라는 응답은 40.2%였다.
다만, 호전 응답 비중은 상반기 대비 3.8%포인트 늘었고 악화 응답은 6.4%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체감하는 경영 환경에 대해서는 악화했다는 응답이 54.2%로 가장 많고 보통은 37.6%, 호전은 8.2%를 각각 차지했다.
항목별로 악화했다는 응답 비중은 영업이익 52.2%, 매출 50.2%, 자금 사정 45.6% 등이다. 올해 상반기 경영 애로 요인(복수 응답)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43.8%로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내수 부진과 경기침체(41.8%), 인건비 상승(35.4%), 금리 상승(19.6%) 등의 순이었다. 하반기 애로 요인(복수 응답)으로도 원자재 가격 상승(40.8%)과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40.8%)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다.
경제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2026년 이후'를 꼽은 응답이 54.8%로 절반이 넘었고 내년 상반기(18.2%)와 내년 하반기(18.2%)가 비슷했다.
하반기 최우선 경영전략은 경영 내실화(27.0%), 경영 리스크 관리(20.2%), 핵심 인력 유지 및 역량 강화(18.4%), 외형 성장(10.4%) 등 순으로 꼽혔다. 중소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복수 응답)으로 세금 부담 완화(51.8%)를 원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고 금융 지원(42.8%), 인력난 해소(28.8%), 원자재 수급 안정화(20.4%)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