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기획] '미스터 쓴소리' 김헌동 사장… 투명경영 배경은?
취임 3년차··· 정책 허점 꼬집는 대쪽 행보 자산·분양가 상세 내역 공개 등 소신 실천 보수 단체장이 진보 인사 중용···이례적 評
2024-06-20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김헌동 사장을 필두로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토지·주택 관련 정책 허점을 꼬집고 개선 방향을 잇달아 공론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되는 가운데, 자사 보유 자산과 분양가 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해 투명·정도 경영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이 과거 수십 년간 주택·부동산 가격 거품 빼기 등 시민운동에 매진한 만큼 그의 오랜 소신이 임기 막바지로 갈수록 짙게 묻어 나는 양상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SH는 고분양가와 부실시공 논란을 키우는 기본형 건축비 제도를 개선하고 선(先)분양제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또 업계에서 영업기밀로 통하는 분양 원가를 전면 공개하는가 하면, 회사가 보유 중인 주택·토지 자산 내역을 일반에 완전히 내보이고 있다. SH는 우선 건설업계 최대 현안인 기본형 건축비와 후(後)분양제를 화두로 던졌다. 현행 주택법상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와 택지비를 합산해 분양가가 산정되는 데 자체 분석 결과, 실제 공사 투입된 건설 원가와 책정된 분양가 간 괴리가 발생한다고 SH는 지적한다. SH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분양 단지 142곳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분양 이익에서 택지비를 통한 이익은 110%에 달했다. 분양가에 적용되는 택지비는 3.85배 상승했지만, 실제 시공 원가상 택지비는 1.83배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건축비는 실제 원가보다 반영 폭이 낮아 분양가에서 -10%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근거가 미흡한 기본형 건축비는 사업자 손실의 원인이 되고 택지비 부풀리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건설사 대다수가 시행 중인 선분양제는 최근 일련의 사례들에서 보듯 부실공사가 발생하면 그 피해를 입주예정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만큼, 건축공정의 80% 이후 분양하는 후분양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SH는 보고 있다. 실제로 선분양제는 시공 단위면적을 기준으로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에서 '추정공사비'를 산출해 분양가를 결정한다. 이로 인해 시공 원가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란이 잦고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분쟁을 불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