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코리아] 총선서 뿌려진 '정치 교체' 씨앗들···차기 대선 영향력 '주목'
김용태·김재섭·이준석·천하람 등 세대교체 '앞장' 차기 대선 활약도 따라 '퍼스트펭귄' 결정될 듯
2024-06-25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86세대를 포함한 기존 정치세력이 4·10 총선에서 다수 살아남으면서 정치권 세대교체는 아직 요원하다는 게 일반론이다. 하지만 '새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특정 인사들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세대교체를 위한 최소한의 씨앗은 뿌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후기지수로서 이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다음 대선을 지목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미약하나마 정치 세대교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인물로는 국민의힘 김재섭·김용태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의원 등이 있다. 세대교체보단 세력교체가 두드러졌던 이번 총선에서 이들은 모두 드라마틱한 당선 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중 향후 세대교체 흐름을 선두에서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보수 정당으로선 동토(凍土)인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20%포인트(p)가 넘는 여론조사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고 당선에 성공했다. 보통 체급의 정치인으로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성과를 얻어내면서 이 의원은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다음 대선에서 64년생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73년생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맞대결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85년생 후기지수가 단숨에 등장해 버린 셈이다. 그와 함께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물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거론된다. 87년생 젊은 정치인인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의 수도권 험지 중 한 곳인 서울 도봉갑을 16년 만에 탈환하며 주목받았다. 김 의원은 총선 참패 이후 분위기 반전을 꾀하던 당의 차기 당권주자로 언급되며 체급을 키웠다. 비록 김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 무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보기 드문 소장파인 김 의원이 향후 당으로부터 많은 역할을 요청받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의원은 불출마 입장문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새로운 시대의 전야이길 바랐지만, 현실은 여전히 시대의 마지막 밤처럼 느껴진다"며 "정치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동력도 중요하다. 당에서 동력을 모으는 일이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속해있는 '첫목회' 등 외곽조직과 함께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해나가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이 밖에도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5자 후보 경선을 뚫고 경기 포천가평에서 당선된 김용태(90년생) 국민의힘 의원, 비례대표 개표 막바지가 돼서야 당선을 확정 지은 천하람(86년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언급된 네 사람은 맹목적으로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소신에 따라 '할 말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세대교체의 '씨앗'으로 뿌려진 이들이 명실상부 새 시대의 '퍼스트펭귄(선구자 및 도전자 의미로 사용되는 관용어)'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2027년 열리는 다음 대선에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다. 최소한 16대 총선을 기점으로 보수 정당에 새 활력을 불어넣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급의 영향력을 내뿜기 위해선 차기 대선에서 곧장 존재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현재의 낮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대(對) 민주당 투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당 상황이 이어질 시 대선에서 이들의 역할이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히 개혁신당 인사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이 차기 대선에서 주도성을 갖긴 어렵겠지만, 플러스 알파(α)의 역할은 반드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하면 개혁신당 측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할 텐데 사실상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과거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와 연합해 연립정부를 출범시켰던 김종필 전 총리의 결단을 언급하며 "개혁신당이 이같은 모델을 구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새 시대를 열어젖히길 원하는 정치인이 가장 활개를 칠 수 있는 무대가 대선"이라며 "꼭 당선이 아니더라도, 이들(김용태·김재섭·이준석·천하람) 중 대선 국면에서 국민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이가 향후 정치권 변화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들이 당장 차기 대선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긴 어려울 거란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 총선에서 23세의 나이로 지역구에 도전한 강사빈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본지에 "그들이 차기 대선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세력화와 조직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며 "현재로선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