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코리아] 5·18 정신 명문화·대통령 4년 중임제…개헌 논의 핵심 쟁점은?
與, '尹 임기 단축 가능성'에 부정적 반응도 일각선 사회 변화 따른 '상시 개헌 논의' 주장
2025-06-25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1987년 제정돼 올해로 37년째 대한민국 법 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제10호 헌법'을 놓고, 시대에 흐름에 맞게 '개헌'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 야당은 5·18 정신 명문화를 비롯해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헌정 체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는 정치권 각계에서 현행 헌법에 대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지 분석을 진행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초인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진보진영 정당들은 여전히 지난 21대 국회에서 주장했던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정당은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이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을 계승하고 있다는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헌법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 정당을 포함해 1980년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의 6·10 항쟁의 헌법 수록을 주장하는 측은 두 사건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역사적인 이정표인 만큼, 새로운 헌법을 제정할 시 두 사건 역시 전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국회의장실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으로부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건의하는 의견서를 전달받으며 "22대 국회에서 개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조속히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우 의장은 "특히 5·18의 헌법 전문 수록 문제는 사실상 여야가 합의하고 있는 내용으로, 우선 논의하고 매듭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5·18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논의의 가능성과 조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은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개헌을 적극 추진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올해 초 취임 당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고 말하는 등 5·18 정신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선뜻 개헌에 동조하지 못하는 것은 야권이 개헌 시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과 함께 재의요구권(거부권) 제한 등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제1당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개헌 논의가 진행된다면 자칫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각의 개헌 논의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은 2022년 대선으로 5년간 국정을 운영하라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고, 임기는 5년"이라며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힘 모든 의원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4년 중임제'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특성상 국정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그동안 각계 각층에서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특히 보수계열 정당인 개혁신당도 지난 4·10 총선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이를 포함한 개헌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각종 여론조사상 현 지지율이 20~30%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범야권이 '정권 교체'를 촉진할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론까지 꺼내들자 보수 정당은 개헌에 회의적인 태세를 유지 중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통한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며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지방선거와 대선을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한 바 있다. 범야권은 이에 더해 헌법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지난달 13일 민주당 헌법개정특위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내용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이 여당 당적을 가지다 보니 민생 현안이나 국가적 대사보다 대통령의 지지 세력과 자당의 이익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대통령도 국회의장처럼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헌법 수호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뿐, 가족이나 측근을 수호하기 위해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제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가 개헌의 필요성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낡은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제·사회가 발전하며 경제조항과 사회권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과학계 등은 헌법 '제9장 경제'에 있는 제127조 1항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 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과학기술 정책을 경제와 산업발전의 종속 개념으로 격하시킨다며, 이를 폐지하고 국가가 기초 연구를 장려할 의무가 있다는 신설 조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 중이다. 그 외에도 저출생과 기후위기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이에 대처할 국가의 의무를 명시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실제 세계 각국도 이러한 사회 문제 대응을 위한 개헌에 적극적인 편이다. 프랑스는 지난 2021년 헌법 1조에 "공화국은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전을 보장하고, 기후 변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한 개헌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해당 개헌안은 상원에서 무산됐다. 또 프랑스는 올해 초 여성 인권 증진의 차원으로 '임신중단권(낙태권)'을 헌법에 명문화하기도 했다. 독일의 경우 1949년 이후 66회, 1990년 통일 이후 31회나 개헌을 하는 등 사회 현안들을 헌법에 수록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21대 국회 말인 지난 5월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은 우리나라가 독일의 케이스를 본받아야 한다며 현안들을 헌법에 수록하기 위한 상시적인 개헌 논의와 국민의 관심 제고를 위한 개헌절차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장이 발의한 개헌절차법은 국민이 헌법 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론화 기구를 만들고 상설 개헌특위 설치를 통해 국민이 공감 가능한 개헌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했으나,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인해 현재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