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코리아] 거대 야당 밀어붙이는 '검찰개혁'···국민 공감대 확보가 관건
檢 수사·기소권 분리 핵심···조국혁신당도 동조 野에 檢 수사 대상 다수···졸속 추진 시 역풍 우려
2025-06-25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2대 국회에서도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에선 정권교체를 허용하며 개혁 동력을 상실한 바 있는데, 이번 국회에선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형태로 검찰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단 의지다.
다만 검찰 권력에 칼을 대려는 야당에 검찰 수사 대상이 여럿 있는 건 부담이다. 자칫하면 "범죄 혐의자가 검찰 개혁을 주도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선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내는 게 숙제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취지가 퇴색됐다면서 22대 국회에선 더욱 강력한 검찰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개혁을 이번 국회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주도한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도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2022년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 '검수완박법'(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 등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원상 복구돼 검수완박법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완전한 검찰 권력 분산을 이뤄내기 위해선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 TF 단장을 맡은 김용민 의원은 지난 5월 24일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검찰 개혁은 목적지가 하나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원래 기소기관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기소기관으로 (한정해) 정상화를 시키자는 것이 검찰 개혁의 목적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김 의원이 언급한 형태로 검찰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는 검찰청을 사실상 폐지하고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현재 검찰 권력을 쪼개는 안이 거론된다. 22대 국회에서 12석을 보유한 '원내 3당' 조국혁신당이 검찰 개혁을 강하게 지지하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호재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미 여러 공개발언을 통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검찰개혁 입법방향 토론회'에서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사건 종결권을 갖고 있는 한국 검찰은 이 막강한 권한을 매우 자의적으로 집행해 왔다"며 "수사권은 여러 기관으로 쪼개 서로 견제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야당에게도 고민거리는 있다. 검찰 개혁의 칼자루는 쥐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자당 인사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민주당에는 총 11개 혐의로 4건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 전 대표뿐만 아니라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들도 있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여당과 그 지지자들로부터 "검찰에 압력을 가해 수사에 차질을 주려는 행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반론이 없다면 야당이 아무리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더라도 대중이 느끼는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아직 국민들의 머릿속엔 지난 2022년 검수완박 사태가 남아있다. 당시 (법안을) 졸속 추진하는 바람에 얼마나 난장판이었느냐"며 "총선 승리로 좋은 분위기는 한순간이다. 야당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중에 검찰 개혁을 섣불리 했다간 분명 역풍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도 이 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민주당의 검찰 개혁 추진에 대해 "문재인 정부 비위를 덮기 위해 강행했던 검수완박법 시즌2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피의자 신분인 이재명·조국 두 야당 대표의 사적 복수이자 폭거로, 헌정을 유린한 대표적 오욕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11개 혐의로 4건의 재판을 받고 있고, 조 대표는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가 발등의 불"이라며 "검찰청을 없앤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검찰 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찬성 쪽으로 다소 이동한 분위기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5월 11~12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6.6%) 전체 응답자의 53.1%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만 가지게 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반대는 29.6%, 잘 모르겠다는 17.3%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