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회복 더 늦어진다"…먹구름 잔뜩 긴 K-석화

이달 '스프레드' 기존 100달러 안팎서 279달러로 개선 '반짝 효과'란 분석…中증설에 중동 물량까지 쏟아져 지분 매각 등 사업재편…R&D·첨단 소재 투자도 고삐

2025-06-23     서영준 기자
LG화학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장기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이달 들어 반짝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다시 불황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도 회복을 기다리기보단 지분 매각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확 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  키움증권 하반기 보고서는 석유화학 시황 바닥 시점은 기존 2023∼2025년에서 2023∼2027년으로 수정했다. 업계의 부진은 중국이 과거와 달리 자급률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수출의 30∼40%를 책임진 중국은 해외 의존도 탈피를 위해 빠르게 증설 작업에 나섰다. 중국의 기초유분 에틸렌 연산은 2010년 2000만톤에서 지난해 5200만톤으로 가프르게 상승했고, 일부 플라스틱 제품 역시 자급률 100%를 상회하면서 한국 수입 의존도는 급격히 줄었다. 수요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는 점도 시황 회복을 가로막는 이유다. 지난 5년간 세계 에틸렌 연산은 4500만 톤 증가했지만, 수요 증가는 2600만톤에 머무르고 있다. 아울러 원유만 팔던 중동 국가들이 잇달아 석유화학 분야에 뛰어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현재 중동에서 짓고 있는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은 총 8개로,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이들은 원유를 뽑아낸 자리에서 곧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에서 국내 업체들이 이길 방법이 없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이달 들어 시황 반등이 나타났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달 NCC 업체의 스프레드(판매가격-원가)는 279달러로, 과거 100달러 안팎과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지만, 70∼80%의 저조한 공장 가동률을 보이는 상황에선 회복세에 들어갔다고 말하긴 어렵다. 결국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페셜티(고부가가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여수 NCC(나프타 분해시설) 공장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해외 업체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말레이시아 대규모 석유화학 제품 생산 기지인 LC 타이탄을 매물로 내놨다. 연구개발(R&D) 투자 고삐도 더욱 조이고 있다. LG화학은 1분기 R&D 비용으로 2710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0억원 가량 늘어난 액수다. 롯데케미칼은 약 50억원 늘어난 347억원을, 금호석유화학은 1억원 늘어난 128억원을 투자했다. 정부도 기업들과 함께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20일 여수 산단에서 석화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업들은 R&D․세제․규제개선, 부담금 경감 등 정책적 지원 방안을 요청했다. 강경성 1차관은 "석화산업이 고부가․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