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러시아, 北에 정밀 무기 주면 우리도 지킬 선 없어"
장호진 안보실장 "우크라 무기 지원, 러시아 하기 나름"
2025-06-23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북러가 상호 조약에 따라 군사기술 협력을 실제 이행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정부 방침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장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해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지원할 시 우리 정부도 기존의 '살상무기 비제공' 원칙을 깨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보다 폭넓은 지원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장 실장은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무엇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레버리지를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확히 밝힌 발표 내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한다'였다"며 "우리가 밝힌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 우리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큰 실수'라고 경고한 데 대해서는 "앞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는 한국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얘기도 같이 있었다"며 "푸틴이 (북한과 맺은) 조약 내용을 저희한테 설명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러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최근 러시아의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이어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경고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한러 관계를 복원·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하라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했다. 다음 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 북러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지 묻자 "러북 간 군사협력 문제는 이미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문제가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국제적 문제가 됐다"며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양에서 가진 정상회담을 계기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조약에는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돌입할 경우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돼 사실상 북러 동맹을 복원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