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리스크에 국책사업 '삐걱'
GTX-A 핵심 '삼성역' 프로젝트 유찰 거듭 위례신사선·동부간선 지하화 사업도 표류 가덕도 공항, 유찰 후 단독 응찰 유력 관측
2025-06-24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국가가 정책적인 목표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들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 원가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거나 사업을 따낸 뒤에도 착공 지연과 사업 포기로 이어지면서 당초 목표한 준공·개통 일정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4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삼성역 일대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2공구 공사'는 지난 2022년 말부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이로써 GTX-A 노선 완전 개통은 기존 목표보다 4년여 늦어진 2028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도급 건설사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수요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최초 게시 금액보다 672억원 상향한 3600억원에 재공고를 낸 상태다. 이날 오후 18시 입찰자격사전심사(PQ) 신청 마감을 앞둔 가운데 건설사 응찰 또는 경쟁 입찰 성사 여부 등은 여전히 미지수다. 삼성역 일대 지하 공사 지연은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신사역) 공사 표류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이 노선에서도 삼성역은 핵심 정차역이지만, 일대 개발 사업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위례신사선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가지고 있던 GS건설 컨소시엄의 사업 포기(우협 지위 반납)를 야기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 2020년 이 노선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이후 4년간 대내외적인 여건 변화로 자재값과 금융 조달비 등 시공 원가가 급등한 점도 GS건설의 사업권 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외에도 서울 시내 대표적인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히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시공권을 쥐고 있는 대우건설과 서울시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견해차로 착공이 기존 목표 시점보다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또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 공사의 경우, 시공사인 두산건설 컨소시엄과 서울시의 공사비 합의 불발로 실시협약(본계약)조차 맺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써 개통은 최초 목표 시점보다 적어도 13년이 지연된 2030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 건설사업은 올해 정부가 주도하는 최대 국책사업(추정공사비 10조5300억원) 임에도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다만 이날(24일 18시) PQ심사 마감을 앞두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응찰이 확실시 되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는 주관사인 현대건설(지분율 33%)과 대우건설(24%)을 비롯해 코오롱글로벌·금호건설·동부건설·KCC건설·쌍용건설·HL D&I 한라·효성중공업(이상 시공능력순, 지분율 각 4% 추정) 등 중대형 건설사와 동부엔지니어링·이산·다산컨설턴트·삼보기술단 등 엔지니어링사, 동아지질·동원개발·대저건설·대아건설 등 부울경 지역 업체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덕도 신공항 프로젝트는 △높은 시공 난이도 △공동도급 제한(10대 건설사 2곳 이상 금지) △촉박한 공사 기간(2029년 말 완공 목표)에 비해 책정된 공사비가 낮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입찰에 난색을 보여왔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단독 입찰로 결국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발주처인 국토부는 수의계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업 공사입찰설명서에는 "동 입찰이 재공고 후 유찰될 경우, 최종 공고의 단독입찰자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에 따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