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프라인 3.0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
2025-06-26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매일일보 | 요즘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거리 곳곳에 빈 상가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오프라인의 위기는 2010년도부터 이미 시작된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로나와 더불어 이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이제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태여 사야 할 이유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과 밤 11시에 주문해도 내일 아침이면 배달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쇼핑경험이 익숙한 한국에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백화점 행사장에서조차 우연히 좋은 브랜드를 발견한 60대 여성고객의 첫 질문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지’였다. 오프라인 매장의 단순히 상품을 파는 장소로서의 기능적 수명은 끝나가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나 ‘경기가 안 좋다’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의 쇼핑환경이 바뀌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판다는 재화교환의 기능을 벗어난 새로운 가치가 중요한 시대다. 우리가 잊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마켓이 가진 기능 중 재화의 교환을 제공하는 기능을 제외해도 다른 중요한 기능들은 있다. 새로운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의 공간, 그리고 커뮤니티의 공간이다. 최근의 오프라인비지니스의 핵심은 대부분 이 2가지 기능을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중 새로운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의 공간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팝업스토어다. 성수동의 거리를 걸어보면 오프라인의 위기가 무색하다. 팝업스토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들이 거리 곳곳에 나타나고 이젠 지역 전체가 매주 바뀌는 한편의 OTT 서비스 같은 거리가 펼쳐지고 있다. 한 달이면 100여건이 넘는 팝업스토어가 만들어지고 또 사라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쇼츠(Short) 서비스 같기도 하다. 기업들은 거리로 나와 그들이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상품이나 이야기를 공간의 형태로 만들고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으며, 그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또한 팝업스토어는 코로나 이후 MZ세대들에게 있어 새로운 데이트의 패턴 중 한 가지가 될 정도다. 이제 멀리 있는 애버랜드보다 성수동 거리가 더욱 재밌다고 느낄 수 있는 세대다. 팝업스토어가 왜 사람들에게 인기가 되었을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제 딱히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야 할 이유가 없다. 대신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기대한다. 예를 들자면 분명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내일 아침 집에 도착할 10% 저렴한 책을 우리는 지금 읽고 싶고, 가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한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가능성은 그런 특별한 경험과 가치에 있다. 팝업스토어는 그런 측면에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의 공간이다. 온라인이 아무리 발전해도 아직은 주지 못하는 다양한 체험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기에 방문해야 할 이유가 되고, 그 경험이 즐거웠기에 기억하기 위해 스티커사진을 찍듯이 구매라는 행위까지 확장되게 된다. 또한 즐겁기에, 사진으로 남길거리가 있기에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까지 하고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자 체험경제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결핍된 체험에 대한 욕구의 대리만족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한편으로는 모든 기업이나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다. 왜 우리 제품이 좋은지, 왜 우리기업을 신뢰할 수 있는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인식상의 우위에 존재하기 위해 브랜드가 되기를 지향한다. 하지만 그런 대화와 설득을 하기에는 온라인이나 기존 TV광고라는 매체가 이제 비용대비 효과가 예전에 비해 너무 떨어졌다는게 문제다. OTT와 유튜브에 익숙한 지금 세대에게 그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전달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 많은 이야기와 설득을 전달하기에 기존의 매체들은 비용이 매우 비싼데,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요즘 오프라인으로 나와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나 메시지를 팝업스토어의 형태에서부터 브랜드 공간(대표적으로 Dior성수, 탬버린즈 등)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이런 시장 상황이기에 본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정보를 발신하고 와야 할 이유를 만들고 매력적으로 바뀌거나 성장하는 오프라인의 변화가 매력적인 듯하다. 팝업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가치 있는 컨텐츠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의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제 멋진 건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사람들이 기억하고 찾아올만한 가치 있는 이야기나 이벤트, 즉 오프라인의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