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기' 나선 SK…계열사 손질 나선다

계열사만 201개…국내 대기업집단 중 1위 SK이노-E&S 합병설…지분 매각해 실탄 확보

2024-06-25     최은서 기자
최태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SK그룹이 고강도 그룹 구조조정(리밸런싱)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단행한 투자들의 성과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밸런싱 방향성을 논의하는 경영전략회의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사업 강화를 위한 계열사 합병과 매각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는 219개다. 재계 1위인 삼성의 계열사(63개)보다 약 3.5배 많다. SK그룹은 급격히 몸을 불리면서 2018년 101개로 첫 100개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 219개로 6년만에 2.2배 늘어났다. 대기업 계열사 수가 200개를 넘어선 것은 1987년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그룹 안팎에서도 SK그룹의 방만한 투자로 인한 중복 사업과 사업 비효율화 등이 당면 과제로 꼽혀왔다. 특히 출범 후 약 20조원이 투입된 SK온이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주는 등 그룹 전체로 그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채무 부담이 발목을 잡으면서 핵심 사업에 대한 시설·연구개발(R&D) 등 미래 경쟁력 강화에 쓸 투자 여력도 줄어들었다. 이에 SK그룹은 계열사 정리 등을 통해 그룹 핵심사업 투자금 확보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8~29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 사업재편 큰 그림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 최 회장이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 높아진 위기감을 내비쳤다. 이어 최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계열사 숫자가 너무 많아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 계열사 간 '합종연횡'을 예고했다.   우선 SK그룹은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이관해 조직 슬림화를 가시화했다. 최근에는 SK온의 재무부담을 덜기 위해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그룹 내 캐시카우인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만약 두 회사 합병하면 화석연료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자산총액 약 106조원에 달하는 재계 순위 8위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된다. 또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온과 SK E&S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의 시나리오도 거론돼 왔다. 지분 매각을 통한 실탄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SK㈜는 최근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했다. 현재 매각 협상을 마무리 중으로, 베트남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그룹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SK그룹은 1조원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SK㈜는 국내 초저온 콜드체인 물류회사인 한국초저온 지분 21%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도 최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렌터카의 지분 100%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양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