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무기한 휴진… ‘미복귀 전공의 처분’ 따라 투쟁 수위 결정되나

서울대 이어 가톨릭대병원 휴진 보류…삼성병원 '논의 중' ‘27일 무기한 휴진 예고’ 의협, 29일 논의 통해 투쟁 결정 政, 미복귀 전공의 처분 고심… 수련병원에 6월까지 사직처리 요청

2025-06-25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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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27일 예고한 ‘무기한 휴진’을 유보하고 29일 투쟁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 집단 휴진 사태는 한층 불확실해졌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려했던 대규모 휴진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5일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무기한 휴진을 당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 21일부터 전날 오후까지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휴진 투쟁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투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응답 교수 70%는 휴진보다는 경증 환자 진료를 최소화하는 진료 축소의 형식으로 전환해 환자들의 불편이나 두려움 등을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대 의대는 성모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다. 비대위 결정에 따라 이미 어제부터 정상 근무에 나선 서울대병원에 이어 '빅5' 중 2개 병원이 휴진을 철회하게 됐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27일에, 서울아산병원은 다음 달 4일에 휴진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병원을 산하에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총회를 통해 휴진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만약 성균관대 의대가 휴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빅5 병원 중 3개 병원이 휴진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휴진에 동참할 경우,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3개 병원이 집단 휴진에 나서게 된다. 서울대 및 가톨릭대병원이 환자 피해를 이유로 휴진을 철회한 만큼, 다른 대학 교수들도 쉽게 휴진을 강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이 의료계로부터 돌아선 지금, 무기한 휴진을 추진했다간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협은 여론 악화를 의식해 무기한 휴진 일정을 29일로 미뤘다. 의협은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각자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할 것이다. 이후 투쟁은 29일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에 따라 처분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복귀자에게는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중단하는 등 선처하겠다고 밝힌 반면,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면허정지를 단행할 경우, 의대 교수들이 다시 무기한 휴진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행정처분 연기와 복귀 시 선처를 약속한 정부로서는 더 이상의 특별대우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각 수련병원에 “복귀를 원하지 않는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해 6월 말까지 병원을 안정화시켜달라”며 선처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중대본은 전공의 단체가 요구했던 조건 중 일부를 실행하겠다며, 의료 현장에 돌아와 줄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4가지다. 전공의 단체의 그 외 요구는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 있는데, 정부는 최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해 일부 조건을 수용했다. 그러나 ‘의대증원 백지화’ 요구는 타협하지 않아,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S대 병원 사직 전공의는 “면허정지가 코앞이었던 3월에도 돌아오지 않았던 전공의들이 지금이라고 마음이 변할 것 같지 않다. ‘이 조건은 못 들어주지만, 대신 다른 건 들어줄게’식의 정부 대응으론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