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유럽 넘어 '꿈의 무대' 美 시장 정조준
루마니아와 1.3조 규모 K9 자주포 수출 계약 임박 필리 조선소 인수로 美 해군 함정 MRO 시장 공략
2024-06-25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한화그룹이 K9 자주포로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로 수출 영토를 넓힌데 이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유럽을 넘어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시장 진출에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루마니아에 K9 자주포 수출을 확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루마니아 국방부 간 실제 계약은 루마니아 정부의 최종 심사 후 이르면 다음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계약 규모는 9억2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 운반 장갑차 36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루마니아의 최근 7년간 무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는 2022년 폴란드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데 이어 루마니아에도 조단위 무기 수출이 이뤄지면서 유럽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동유럽 지역의 군비 증강 움직임이 본격화한 영향이 크지만, 오랜 기간 경쟁력을 키워 온 회사의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도 정조준하고 나선 상태다. 지난 20일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총 1억달러로,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지분을 각각 60%, 40%씩 나눠 갖는다. 필리 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의 미국 소재 자회사로,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곳이다. 이번 인수로 한화오션은 연 20조원에 달하는 미국 함정 MRO 시장 뿐 아니라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군함·상선 건조 시장까지 넘볼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해군 역시 이번 인수에 대해 "미국의 새로운 해양 전략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오션이 미국 내 추진 중인 LNG 밸류체인 구축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각각 1800억원씩 투자해 미국 LNG 개발기업 넥스트디케이드 지분 13.7%를 확보했다. 넥스트디케이드는 이미 한화임팩트가 미국 내 투자 자회사를 통해 지분 9.07%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은 최대주주(22.73%)에 올랐다. 아울러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 지분 인수 후 3000억원가량의 출자금이 남는 상황에서 호주 방위산업 업체인 오스탈 인수도 추진 중이다. 오스탈은 호주·미국 군함 설계·건조, MRO 사업자로, 미국 앨라배마에 조선소를 두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자회사를 통해 친환경 연료 운반선 전문 해운사 한화쉬핑LCC를 설립했는데, 이 또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결정으로 현지 상선 및 방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2차 증자를 통해 투자목적 회사인 손자회사에 내리기로 결정한 돈은 약 3600억원이다. 필리 조선소 지분 인수 후 3000억원가량의 출자금이 남는 상황으로, 추가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