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과의 동침?…로지올 2대 주주 신한벤처투자, 경쟁사 ‘만나’ 투자 검토

신한벤처투자, 이주 중 만나 투자 여부 결정…로지올 영업비밀 유출 우려 신한은행 본부장, 로지올 이사 역임…업계, 만나 투자 적절성 의문 제기

2024-06-26     오시내 기자
신한벤처투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신한벤처투자가 위기에 놓인 배달대행업체 만나코퍼레이션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벤처투자는 이미 동종 업계 점유율 1위인 로지올의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어, 로지올의 영업비밀이 만나코퍼레이션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벤처투자가 이주 중 배달대행업체 만나코퍼레이션 투자 심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나코퍼레이션은 라이더 정산금 지급이 지연될 정도로 재정 위기에 처해 있으며, 운영 중인 배달 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는 최근 라이더 정산금 출금 서비스가 제한되기도 했다. 이후 제한은 풀렸으나 출금 가능액이 1일 100만원으로 한정됐다.

만나코퍼레이션의 위기설은 이전부터 흘러나왔다. 자회사 만나플래닛의 2021년도 재무제표에 따르면, 페이미지급금이 213억원에 달했으나, 자산은 98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만나플래닛은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부가세 미납 및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만나코퍼레이션은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 유치에 힘써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한벤처투자가 만나코퍼레이션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 여부를 논의 중이다.

문제는 신한벤처투자가 로지올의 2대 주주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로지올의 영업비밀과 경영정보가 만나코퍼레이션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지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신한은행의 전성호 본부장이 재직 중이며, 그는 신한벤처투자의 요구로 선임된 인물이다.

실제 전 본부장은 신한은행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2020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2022년부터 본격 운영 중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은 기본 2년에, 1회에 한해 추가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말까지 '땡겨요'의 운영을 연장할 계획이며, 해당 사업의 정식 부수 업무 지정 여부를 고민 중이다.

즉, 정식 사업 여부를 고려 중인 배달앱 ‘땡겨요’의 총괄인이 배달대행업체 로지올에 임원으로 있으면서, 또 다른 배달대행업체 만나코퍼레이션 투자를 원하는 것이다. 심지어 전 본부장이 만나코퍼레이션 투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로지올 2대 주주로 올라있는 신한벤처투자가 경쟁 업체인 만나코퍼레이션에 투자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업계 내에서 의문과 우려가 큰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신한벤처투자는 "만나코퍼레이션에 대한 투자 여부는 정해진 바 없으며, 동종업계로 분류되는 로지올은 신한벤처투자가 아닌 그룹사인 신한캐피탈에서 투자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룹사 내에서 동종업계 투자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영업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