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플랫폼 규제법 추진…"자국 플랫폼 발전 도와야"

해외 플랫폼 규제 적용 어려워 국내 플랫폼 대상 '역차별' 우려 제기 국내 플랫폼 사업자 글로벌 경쟁력 위해 좋은 시장 환경 제공해야

2024-06-26     이미현 기자
한기정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취지와 달리 글로벌 플랫폼 패권 경쟁에서 국내 기업의 족쇄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가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신중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던 '플랫폼법' 제정을 다시 추진한다.

'플랫폼법'은 시장 내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4대 부당 행위인 자사 우대와 끼워 팔기, 멀티호밍(자사 플랫폼 이용자의 경쟁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을 사전 규제하겠단 내용이 골자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 기준으로는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월 평균 1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이른바 공룡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이 공정위의 사전 규제 대상이 된다.

해당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국내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해외 빅테크 플랫폼의 공세가 거센데 플랫폼법의 규제로 경쟁력 저하될 수 있단 입장이다. 정부의 육성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해외 플랫폼은 규제가 어려워 국내 플랫폼만 규제를 받는 '역차별'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19일 열린 플랫폼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AI와 같은 혁신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에 모두가 자국 플랫폼을 육성·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며 "전 세계가 글로벌 패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자국 플랫폼에 굳이 족쇄를 채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플랫폼법이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MA)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쓴소리도 나온다. 현재 EU의 DMA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 기업은 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MS, 바이트댄스 등으로 미국과 중국 기업이다. 오히려 EU가 자국에서 해외 빅테크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한승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연구원 "EU 등을 봐도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유독 이것이 플랫폼 규제를 만드는 추세라고 인식하면서 플랫폼 규제법을 만드는 근거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이같은 규제가 자국 기업을 위축시키고 해외기업에 기회를 줄 것이라는 우려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국내에서도 한국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에 좋은 시장 환경을 조성해 해외 진출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이버웹툰, 야놀자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미국 증권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해외 증시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는 등 유리한 점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대호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플랫폼이 해외에 나가서 잘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낮추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