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턱 못 넘는 서민 ‘불황형 대출’로

지난달 카드론 잔액 40조...역대 최고 수준 ‘급전창구’ 보험계약대출 3분기 째 70조원

2024-06-27     이재형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서민들이 카드론 등 ‘불황형 대출’로 떠밀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우리·하나·롯데·BC·NH농협카드)의 5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5186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4월 39조9644억원에 비해 5542억원 불어났다. 증가세는 5개월 연속 계속되며 최대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카드업계는 경기 상황에 큰 반등이 없는 한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론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이는 별도의 대출 심사를 거치지 않고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지만 평균 대출금리가 연 14~15%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이다. 대표적 ‘불황형 대출’로 차주의 신용도를 보장하기 어렵고 금리까지 높아 부실 가능성이 큰 편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평균 연체율은 1.84%로 2023년 말 1.64%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1.45%)보다 0.39%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또다른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도 3분기 연속 70조원을 초과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0조1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조9000억원 불어 났다. 보험계약 대출은 미래에 수령할 보험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품이다.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환급금의 79~95%까지 빌릴 수 있다. 신용등급 조회 등 심사 절차가 생략돼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 하는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이 커진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증가했고 동시에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점이 불황형 대출로 몰린 원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은행(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지난 4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신용점수는 928~952점이다. 832~890점대 3등급인 이들이 통상 고신용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의 마저 1금융권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향후 만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는 예·적금의 중도해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불황형 대출마저도 승인되지 않을 경우 불법사금융으로까지 서민들이 몰리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