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겨우 수십년, 고출산에서 저출산까지 ‘격세지감’

2025-06-27     안광석 기자
안광석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필자의 학창시절은 어수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중·고 12년 동안 매해 60명에 가까운 반친구들과 부대껴야 했으니 말이다.

그 시절에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다니는 경향이 강했다지만, 오지랖이 넓었던 필자로서는 학기 초 같은 학급 모든 친구들의 이름과 번호를 외우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1년이 다 되도록 “쟤가 누구였지?” 했던 친구도 있었다. 비뚤비뚤한 줄만 보면 참지 못하는 교장선생님이 월요일 아침조회 때 마이크에 ‘양팔 간격 좌우로 나란히’를 외치기라도 하면 축구장만한 운동장이 금세 사람 띠로 가득 차는 기적을 체험한다. 운동회날이라도 되면 사람들에 치어 운동장에 진입하지 못한 학부모님들이 교문과 담벼락에서 우리 애는 어딨나 연신 두리번거린다. 지금 생각하면 학교 측도 네자리수에 달하는 전교생들을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전반이나 오후반, 혹은 1부나 2부로 나눠 학생들을 분산배치하는 학교가 많았다. 어떤 친구를 봐도 형제나 자매가 꼭 있었고,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을 보기가 힘들었다. 1980년~1990년대에도 이 정도였는데 출산율이 높았던 70년대나 ‘베이비부머’ 세대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그림이 그려진다. 최근 지인과 대화를 하다 자녀가 수도권 모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전교생이 70명이란다. 학급인원이 아니고? 놀라운 것은 이 숫자가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전국 6175개 초등학교 중에서 학생수 30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584곳으로 전체의 9.5% 비중이다. 2000년대 초 2%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서울 정도의 인구 감소 과정이다. 심지어 다른 지인의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폐교됐다고 한다. 필자가 이민 온 것도 아닌데 불과 30여년 새 대한민국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결과만 보면 격세지감이지만 출산율은 꾸준히, 조금씩 떨어져 왔다. 그동안 물가는 계속 오르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국민들이 저출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출산 장려의 필요성을 전 국민이 일상에서 느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졌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방부터 소멸단계를 밟고 있다. 지금이야 지방에 그치고 있지만, 먼 미래에는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최근 정부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전문가들이 인구문제 대응책을 구상 중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별개문제이고, 이미 답은 30년 전부터 나와 있다. 환영한다는 의미는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최대한 많은 국민이 긴장을 해야 저출산에 대응할 수 있고, 이미 상당수 기업과 국민들이 움직이고 있다. 서로 싸우느라 육아휴직 연장 관련 법안을 폐기시키면서 예비부모들의 한숨을 자아낸 정치인들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