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책무구조도, '금융판 중대재해법' 될까
2025-07-04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이달부터 횡령‧배임 등과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시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에게 책임을 묻는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의 작성과 제출방법,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의무 등 금융사들이 따라야할 내부통제 관련 세부 사항이 담긴 ‘지배구조법의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정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에서 금융회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함으로써,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회사 임원은 소관 업무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른 내부통제기준 및 위험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의무까지 부여된다. 책무를 배분받을 수 있는 금융회사 임원에서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제외되며, 임원이 아닌 준법감시인·위험관리책임자는 포함된다. 이처럼 금융사고 발생 시 CEO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판 중대재해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같은 제도가 시행 직전임에도 횡령‧배임 등의 금융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횡령 사고가 매달 1~3건씩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6여년간 횡령액 총 1804억 2740만원 중 환수가 이뤄진 금액은 176억원으로 환수율은 9.7%에 그쳤다. 지난해 환수율은 2.4%로 201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중이다. 마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금융당국은 모니터링 강화나 인센티브 등과 같은 내부통제 강화 대책도 함께 제시하고 금융사고 발생 시 행정제제 대상이 될 뿐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CEO를 통제해해 사고를 막겠다는 인상은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책임이란 위에서부터 지는 것이 순리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피해자만 존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만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 없이 제도 개선과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 금융사고 등을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 점을 강조하며 금융사 CEO들에게 인식개선을 요구하지만 결국 CEO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 밖에 안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위에서부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윗선에 대한 제재만으로 통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란 점을 이미 중대재해법에서 봤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