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尹 '이태원 참사 조작' 발언 직접 입장 밝혀야"
28일 최고위···"참사 이후 尹 행보 보면 사실 가능성 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의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힌 데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박 직무대행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사고가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김 전 의장 회고록을 통해 공개됐다"며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박 직무대행은 "국정운영을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에 의지해서야 되겠나"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가 떠드는 아무 말에 경도되는 것도 모자라 사실로 굳게 믿고 국정운영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 내용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참사 이후 윤 대통령이 보인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면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 매우 높아 보인다"며 "대통령실의 해명만 듣고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공개된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는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김 전 의장 주장이 담겼다.
회고록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2022년 12월 5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당시 김 전 의장은 야당이 참사 대응의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2023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영향을 줘 헌정사상 첫 준예산이 편성되는 상황까지 올 것을 우려했다.
김 전 의장은 책에서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단체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사고 예방 노력을 하게 돼 있다"며 "대통령에게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장관 본인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그 말이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의장은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윤 대통령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며 "나는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내고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