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은 창업 지옥… 스타트업, 규제로 활동 제약 걸려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스타트업들이 규제로 경영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잡한 규제로 시장 진출이 늦어지고, 창업 비용도 증가한다. 딥테크 등 적기에 시장 진출이 필요한 스타트업에게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창업 7년 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4.3%가 규제로 인해 애로를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로사항으로는 사업 활동 제약, 경영상 어려움, 투자 장애 등이 있었다. 또한 응답 기업의 37.7%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규제 수준이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이에 따르면, 규제로 인해 매출감소를 겪은 기업은 31.4%였다. 사업 지연을 겪은 기업은 29.4% 수준이었다. 신규 투자 여력을 감소시켰다고 응답한 기업도 17.6%였다.

규제는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과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규제가 복잡하면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많은 행정 처리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이유다. 또한 업무를 담당할 인력도 확보해야 하고, 일련의 과정은 스타트업들의 창업 비용을 증가시킨다.

규제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충분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기업 등이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 비슷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혁신성이 중요한 딥테크 등의 스타트업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규제는 기존에 없던 시장이나 산업이 등장할 때 큰 제약이 된다. 기존 정책이나 규제로 해당 스타트업들의 시장 진입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사업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집단과의 충돌도 벌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 ‘타다’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등이 있다.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여부로 시장 진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두고 택시업계와도 충돌했다. 결국 지난 2019년 이른바 ‘타다금지법’이라 불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발의, 2020년 3월 해당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타다는 사업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로톡 역시 변호사법 위반 여부, 대한변호사협회와의 마찰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때 변호사 유상 중개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저촉 여부로 변호사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으나 수사기관으로부터 합법 판단을 받으며 현재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인데, 시장 진출이 지연되면 스타트업이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는 대기업 등과 격차가 더 벌어지게는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빠르게 제도를 마련해 그 안에서 스타트업들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