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자금 확보 총력전…고강도 군살빼기 본격화
'경영전략회의'서 질적 성장 조준 2026년까지 재원 80조 확보 방침 최근 그룹 계열사‧지분 매각 잇따라
2025-06-30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SK그룹이 군살 빼기를 통한 자금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사업 투자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개최된 '경영전략회의'에서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 20여명 등이 자리했다. 해당 재원은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와 주주환원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재원 확보 방안으로는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이 언급됐다.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SK그룹은 지난해 10조원 적자를 기록한 세전이익이 올해는 흑자로 전환, 22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6년 세전이익 목표는 40조원대로 잡았다. 실제 SK그룹은 최근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그룹 자산을 잇달아 처분해 왔다. 앞서 SK네트웍스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 SK렌터카를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하는 안을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어스온은 지난 2월 2010년부터 운영한 페루 광구 지분을 3400억원에 매각했다. SK㈜는 최근 베트남 재계 2위 그룹인 마산그룹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을 행사해 매각 협상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SK그룹이 베트남 투자 지분 매각으로 1조원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분별하게 늘어난 계열사 정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창원 의장은 최근 열린 경영진 회의에서 그룹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계 2위 SK그룹은 계열사 수가 219개에 달하며 재계 1위 삼성(63개)과 재계 3위 현대차그룹(70개) 대비 압도적인 수준이다. 특히 SK그룹은 향후 AI·반도체·에너지 솔루션 등 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서 AI 밸류체인 정교화와 반도체 경쟁력 강화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이유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총 103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트랜지션(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 준비 등을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고 소개하고,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SK가 강점을 갖고 있는 '에너지 솔루션' 분야도 글로벌 시장에서 AI 못지않은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이어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