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㉗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
업계 장기 불황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취임 국내부터 동남아·유럽 등 현장경영 통해 '직접' 점검 "미래 신사업 적극 추진하자"…전지소재 육성에 '진심'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잇따른 악재에 위기를 맞았다. 고유가, 글로벌 공급과잉, 수요 부진, 중국의 설비 자급률 상승 등 영향으로 시황은 부진하다. 롯데케미칼도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3400억원대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손익 개선이 묘연하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일을 당면한 최대 과제로 안게 됐다. 그는 기획과 전략, 신규사업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풍부한 실무 경험으로 화학 계열사 경쟁력을 강화할 최적의 인물로 평가 받는 만큼 '폭풍우 속 위대한 뱃사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67년생인 이 대표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덕연구소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1990년 롯데케미칼 입사 이후 화학 계열사뿐만 아니라 그룹 내 주요 업무를 담당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그룹 내 다양한 사업을 경험하고, 1999년 롯데케미칼로 복귀해 전략기획팀, 신규사업팀, 해외사업팀을 거치며 다양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롯데케미칼이 타이탄케미칼을 인수한 후 그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를 맡다 2015년 롯데렌탈로 건너가 경영기획본부장, 영업본부장을 경험한 뒤 2019년부터 롯데렌탈 대표를 맡았다. 2020년부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을 역임하며 2022년부터는 롯데헬스케어 대표를 겸직한 후 지난해 12월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로 취임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현장 경영 '광폭 행보'를 통해 사업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혁신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여수와 울산공장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라인 프로젝트) 현장, 롯데 화학군 소속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롯데알미늄 인도네시아 패키징 공장 등을 방문했다.
국내와 동남아에 이어 지난 6월에는 유럽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헝가리에 있는 롯데인프라셀의 양극박공장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법인 등을 찾아 배터리 소재 등 미래 신사업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당시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유럽 2024'도 참석해 이차전지 시장 동향을 직접 파악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몇년간 범용 석화 사업의 불황이 장기화하자 체질개선을 추진해 왔다. 신사업으로 주목한 것이 전지소재였다. 지난해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한 이후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음극박)을 다루는 기업이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분리막·전해액·양극박·음극박을 모두 다룰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2차전지 핵심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해 2030년 매출 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대표 역시 전지소재 육성에 '진심'이었다. 지난 3월 주총 이후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단기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전지소재 등 미래 신성장 동력 육성 재원으로 쓰겠다"고 강조했다.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캐시카우 사업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처분하며, 미래 신사업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5개로 재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중 전지소재는 음극박과 양극박 사업을 중심으로 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이밖에도 그는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Flow) 중심 경영을 통해 사업운영 측면의 비용과 생산성 혁신, 운전자본 및 투자비 등의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시장 변화의 적극적 대응과 미래기술사업에 대한 실천적 경영혁신 역시 강조하고 있다. ESG경영의 비전과 목표, 로드맵을 철저히 실행에 옮기고 탄소감축, RE100 등 현재 기술력으로 해결책이 찾기 어려운 과제들은 중장기적으로 기술적 해법을 모색해 실천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