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칙과 상식'을 소망한 어떤 '공장' 직원의 글

2025-07-01     이설아 기자
이설아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기자들은 종종 자신의 회사를 공장이라고 표현한다. 일일 할당량의 기사를 채우고자 공산품처럼 기사를 찍어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우스개소리로 표현하는 것이다. 근래 유독 이러한 '공장'에 다닌다는 말에 대한 공감이 싹 튼다. 정치 기사를 써 내려갈 때, 받아 적는 정치인들의 '워딩'에는 나라에 대한 비전이나 대안 제시보다 상대를 비꼬고 비판하는 말만 담겨있다. 이러한 상황은 받아 적는 기사의 수준 역시 저하시킨다. 정치인들이 즐겨 인용하는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나 총리가 권력을 잡은 이후 그 절차를 해체해버리는 것"을 경고한다. 개인적으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서서히 허물어지는' 민주주의를 경고하는 이 책을,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감히 인용하는 것 자체가 의아할 때가 많다. 한낱 범부의 시선으로 볼 때 여야를 막론하고 민주주의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것을 '총의'로 정당화 하는 주체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기 보다 상대를 공격하는 용도로 이 책을 언급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원칙과 상식'을 회복하고, 정치인들의 말을 받아 적은 기사들 역시 그 가치가 높아지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원칙과 상식'을 자신들의 모임 명으로 표방했던 정치인들은 와해되고, 일부는 '여성가족부 해체'가 가장 큰 정치적 목표인 정당에서 원로 노릇을 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너무 무리한 소망인가 싶기도 하다. 다만 장병이 수색 작업 도중 사망하거나 무리한 훈련 지시로 사망해도 덮기 급급한 집권 여당의 당명에는 '국민'이 들어가 있고, 보수정당과 차별하겠다며 스스로 귀책사유 발생 시 무공천을 약속했다가 이제 '우리만 왜 그래야 하느냐'며 당헌·당규를 뜯어고치는 '민주' 정당이 거대 양당인 한국에서 '원칙과 상식' 만을 질책하는 것도 형평성엔 맞지 않다. 사실 모두가 총체적으로 문제다. 근래 정치는 '피드백'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좌표 찍기'로 보답한다. 정부·여당만 보더라도, 총선 패배가 어떠한 심판이 되기는 커녕 '마이웨이'를 고수한다. 이래서야 모든 비평이 유명무실하다. 비판을 사리게 되는 사회에서는 어떠한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인류가 전쟁 범죄를 일으키고 수백만 명을 학살한 '나치'의 탄생 역시 민주적으로 탄생했다는 교훈을 얻은 지 약 1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요즘은 설마 그 단계까지 가지는 않겠지, 설마가 사람을 잡지는 않겠지라는 심정이다. 그럼에도 더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민주주의에 대한 'QC(품질 관리)'에 소홀하지 않고자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