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급자족 기틀 구축 본격화…유통街, ‘내실 다지기’ 방점
유망 사업 분할 대신 흡수합병으로 체질 개선 ‘비상경영’…경영 효율성 제고 및 통합 시너지
2025-07-01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가 변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춘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한 ‘통합 이마트’ 법인을 출범했다. 마트, 슈퍼 두 업태 모두 성장에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법인 통합은 지난 3월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회장 체제 전환 이후 수익성·성장성 확보에 일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을 낸 이마트는 두 회사를 합쳐 덩치를 키워 협상력을 높이고 내실을 탄탄하게 정비해 외형 성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가 기존엔 따로 매입하던 상품을 같이 사들이게 되면 매입 규모 확대를 통한 원가 경쟁력 제고에 나설 수 있다. 이는 이마트가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상품 개발·제공 여력이 커져 결국 이마트의 상품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통합 이마트는 비슷한 지역의 물류센터를 통·폐합해 운영함으로써 물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이마트와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올해 4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마트가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흡수하는 방식의 합병을 결의했다. 이마트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지분 99.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임원인사로 한채양 대표를 양사 겸임 대표로 선임하며 사실상 양사 합병을 예고했다. 지난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커머스 부문에서도 ‘신상필벌’에 입각한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전항일 지마켓 대표와 이인영 SSG닷컴 대표를 각각 해임하고, 그 자리에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낸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과 최훈학 SSG닷컴 영업본부장을 각각 대표로 내정했다. 업계는 두 회사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강도 높은 쇄신을 위해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경영전략실 개편 후 연속해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신세계그룹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를 토대로 인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롯데그룹도 이달 중순 신동빈 회장의 주재로 그룹 각 계열사 대표와 임원 등이 함께 전략을 논의하는 ‘2024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개최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뉴롯데’ 실행력 강화를 다시 한번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더딘 업황 회복 탓에 적자가 불어나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시내면세점 가운데 최대 규모인 잠실 월드타워점의 영업면적을 줄이고, 모든 임원의 급여를 이달부터 20%가량 삭감하기로 했다. 하반기엔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도 발표한다. 앞서 신세계와 롯데는 임직원 대상으로 법인카드 사용 최소화 등 내부 단속으로 불필요한 비용 줄이기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3월 계열사에 ‘근무 기본 가이드라인 준수’ 통지문을 발송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임원들의 주중 골프를 금하고, 주말을 포함해 해외 출장 일정을 잡는 것을 삼가라는 것이다. 이마트도 임직원의 회삿돈으로 골프를 금지했으며, 임원 법인카드 사용 최소화 지침도 내렸다. 현대백화점도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완전 자회사 현대쇼핑을 흡수합병한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쇼핑의 발행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번 합병 완료 후 현대쇼핑은 해산하게 된다. 합병기일은 오는 9월 1일로 등기 예정 일자는 9월 2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망한 사업 부문을 분할시켜 자금을 유치하던 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합병을 통해 기업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며 “흡수합병을 통해 슬림한 형태로 체질개선에 나서 불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