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마 상흔 지하차도, 여전히 허점투성이

지하차도 침수 인명·재산 피해 수년째 반복 침수 시 차량 통제 기준 없는 곳 '부지기수' 감사원→행안부에 위험 대비책 마련 촉구

2025-07-01     권한일 기자
작년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지난해 장마철 폭우에 따른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숨진 오송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침수 대비가 안 된 지하차도가 전국에 걸쳐 수백 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부처의 실태 지적과 폭우 예보가 나오자, 각 지자체는 부랴부랴 진입 차단시설 보강과 단계별 긴급 매뉴얼 확인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 공간 침수 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000여 곳의 지하차도 가운데 182곳이 집중호우 시 침수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중 87.4%인 159곳은 지하차도 침수를 관리할 기관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고, 차량 진입을 통제할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이었다.  앞서 전국 지자체에선 지하차도 총 40곳에 폭우 시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겠다며 행안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중 17곳은 지원을 받지 못해 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하천 구간별 치수 중요도(인구·자산 밀집 등)에 따라 홍수 방어 등급을 구분하고 관리하도록 하천 설계 기준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이행하기 위한 세부 기준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환경부가 10년 주기로 점검·수립하는 4대강 권역 수자원관리계획에서는 올해 전국 235개 하천에 대한 분석이 누락된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서는 서울·수도권을 도심을 관통하는 도봉천·의정부 백석천 등 홍수 위험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하천도 무더기로 포함됐다. 국토부도 수방·대피 시설 설치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침수 위험이 큰 지하차도 132곳에 진입 차단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또 지하차도에 피난·대피시설이 없는 터널·진출입로 구간은 320곳에 달했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에 지하차도 침수 위험 반영을 반영한 통제 기준 마련과 차단 시스템 구축 등을 촉구한 상태다. 어느덧 올 여름 장마가 본격화된 가운데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지하차도 자동 진입 차단 설비 보강과 구명봉 설치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지난달 말 관내 지하차도 침수 대비 점검을 마친 데 이어 국토부 '터널 방재지침'에 따라 U자형 지하차도 31개에 진입 차단설비를 내년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시내 지하차도 9곳에는 설치를 마쳤고, 남은 22개는 특별교부세 44억 원 등을 투입해 시급성이 높은 15개소에 우선 설치하고, 나머지 7개소는 내년 상반기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경상남도는 전국 최초로 지하차도에 안전시설인 구명봉 설치를 완료할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에 창원(2곳)·진주(1곳)·김해(1곳)에 설치했고, 이달 창원시와 함안군 각 1곳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