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내 이륜차 검사제도 도입, 시기상조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 이전 연간 판매 30만대 정도였던 이륜차 판매는 현재 10만대로 위축됐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도 단속으로 일관돼 있다.
이륜차 전체가 후진적이라는 뜻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정부의 인식도 낮고 전문가도 없으며, 전체를 아우르는 기준도 아예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륜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팽배하고, 교통 인프라도 이륜차에게는 최악이라 사고가 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열악하다.
국내 이륜차 제도는 보험제도도 유명무실하고 정비제도도 없으며, 사용신고 제도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폐차제도도 없어 우리 이륜차 분야는 첫 단추부터 마지막 단추도 없는 논하기도 창피한 분야이다.
아예 불모지라고 하는 말이 맞다. 그러면서 항상 뉴스는 폭주족과 퀵서비스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 제고에만 충실하다. 반면, 선진국의 이륜차 분야는 친환경 교통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도로 상에서 대접받고 있으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이륜차 관련 협회 종류는 많지만, 어느 단체도 역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상호 경쟁만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단속 일변도의 제도 하나가 늘게 됐다. 바로 이륜차 검사제도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7일부터 배기량 260㏄ 이상의 대형 이륜차는 환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년에는 중형 이륜차, 그 다음 해에는 소형 이륜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륜차가 대상이다.
환경을 고려한 정부의 제도 도입 명분은 좋다. 하지만 전체 자동차 배출 오염 물질 중 이륜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도적 뒷받침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타당성이 부족한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철거 기조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이륜차 검사제도는 분명히 의미가 있고, 이륜차도 관리 대상의 하나로서 적용해야 한다는 점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뜬금없이 도입해야 하는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환경에 미치는 배출가스 등을 고려한다면 가장 환경 오염의 주범인 노후된 2행정 이륜차부터 조기 폐차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제도적 지원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륜차 폐차제도가 없어서 아무 곳이나 버려도 되는 현행 사각 지대를 없앨 수 있는 이륜차 폐차제도도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이륜차 검사제도를 도입할 경우 불합격한 이륜차를 대상으로 정비나 부품의 공급이 수반돼야 하는데 현재 이륜차 정비제도는 물론, 인증된 믿을 수 있는 이륜차 부품도 없는 실정이다. 검사제도 도입을 위한 근본 시스템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 이륜차 산업과 문화는 붕괴 직전이고 한 두 가지 문제가 아닌 만큼 수순에 따라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진행해야 효과도 있고 선진형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무분별하게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진행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밖에 260㏄ 이상의 이륜차는 전체 비율 중 운행 대수도 적고, 고급 레저용 수입 이륜차가 대부분인 만큼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배출가스 감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 이륜차 분야가 무너지고 있다. 제대로만 한다면 현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규모 있는 선진형 이륜차 산업과 더불어 선진형 이륜차 문화 정착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정부가 이륜차 검사제도 도입을 뒤로 미루고, 탁상 행정이 아닌 누구나 인정하고 신뢰하는 제도를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