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 맞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으로 한국 재건 도운 역사 속 결정적 숫자 공개
- 1표가 가른 유엔 가입 실패와 유네스코 가입 11일 후에 맞은 한국전쟁 등 수난의 역사 눈길
- 전쟁 후 밥 대신 교과서 지원해 세계에서 이례적인 성장과 글로벌 진출 달성
2025-07-02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창립 70주년 및 유네스코 가입 74주년을 맞아 창립부터 현재까지 위원회의 대장정을 이룬 결정적 숫자를 공개했다.
[1] 1949년 1월 우리나라는 유엔 가입을 신청했지만 당시 소련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유엔 가입에 실패한다. 한국의 염원이었던 유엔 가입을 막은 1표였다.
[55] 유엔 가입이 좌절된 우리나라는 1950년 6월 14일 유네스코에 가입하게 된다. 제5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한국은 찬성 27, 반대 1, 기권 4라는 압도적 찬성표를 받아 유네스코 55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11] 하지만 가입 11일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10] 유네스코는 전쟁이 발발하자 가장 먼저 한국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국제기구 중 하나였다. 1951년 유네스코는 10만 달러를 한국 교육재건을 위해 지원했다. 이 지원금은 1954년 서울 영등포구 소재 국정교과서 인쇄공장 설립에 쓰여 매년 3천만 부에 달하는 교과서들이 인쇄됐으며, 이로써 초등교육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기문 전(前) 유엔 사무총장이 이 교과서로 공부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밝혀 국제사회에 ‘교육으로 일군 한국의 기적’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20]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에서 국력은 애국심에서 나왔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누비며 국토에 대한 애정을 갖고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1974년 조국순례대행진을 시작했다. 첫해에 전국의 대학생 1,500여 명이 2주간 대행진을 시작한 이래, 20년간 조국순례대행진은 총 2만5천여명이 참여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80] 배움에는 끝이 없다. ‘평생교육’의 개념은 유네스코가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보급한 주요 교육 개념 중 하나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1972년 유네스코 본부의 평생교육 자료를 번역, 보급한 것을 밑거름으로, 수년간 다양한 토론과 세미나 등을 거쳐 1980년에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에는 세계 최초로 ‘평생교육의 진흥’이 명문화도됐다.
[87] 유네스코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는 2년마다 전체 회원국이 참여해 열리는 총회, 그리고 매년 두 차례 소집되는 집행이사회다. 집행이사회는 유네스코의 전반적인 사업 시행을 감독하고 주요 의제를 다듬으며 총회 인준 대상이 되는 사무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중요한 권한을 가진 조직으로, 총회에서 선출된 58개국 대표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는 1987년에 처음으로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된 이래 2003~2007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내내 집행이사국을 수임하면서 유네스코의 미션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44]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는 결초보은도 잊지 않았다. 1990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평화, 발전, 참여를 기본 이념으로 인류의 보편적 복지 증진과 국가 발전의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는 한국청년해외봉사단을 창설하고 의료, 교육, 농업, 체육, 사회봉사, 지역사회 개발 등의 봉사활동을 펼칠 1기 청년 단원 44명을 선발했다. 단원들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팔, 스리랑카 등 4개국에서 활동했으며 이로써 한국은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지위가 승격됐다. 봉사단은 이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설립의 중요한 주춧돌이 됐다.
[17] 전후 공교육의 틀을 잡는 데 기여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맞아 청년 문제에 대한 학문적 접근 방법을 고민해 1997년 유네스코청년원을 설립했다. 이듬해 국내 최초의 청소년 연구 전문 종합 학술지 『청년연구』를 발간, 청소년 정책, 청소년 환경, 청소년 문화 등에 관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했고, 1994년까지 총 17호가 발간됐다.
[35] 20세기 후반 세계화와 개방화 시대를 맞이해 국제이해교육에 대한 필요가 커졌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998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 35개 학교를 대상으로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Cross-Cultural Awareness Programme, CCAP)’ 사업을 실시했다. CCAP는 주한 외국인이 국내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자국의 문화, 역사, 생활, 풍습 등을 소개함으로써 국내 학생들에게 국제이해교육의 장이 됐다. CCAP 사업은 15년여 동안 2,654개교에서 총 1만 1,834회의 수업을 진행했다.
[70] 대한민국이 한국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복구 사업에 온 힘을 쏟고 있을 때 유네스코는 밥 대신 교과서를 지원해 줬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대한민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14년부터 선진국 국가위원회 지위로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이 배움의 힘으로 일어서서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민간 후원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창립 70주년을 맞는 2024년, 3대 주력 사업 방향 △미래변화 대처 △교육격차 완화 △사회문화갈등 해소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70GETHER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명 ‘70GETHER’는 ‘함께’를 뜻하는 영단어 ‘TOGETHER’의 ‘TO’를 숫자 ‘70’으로 표현한 것으로, 지난 70년의 역사를 넘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의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