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신문고]단통법 폐지·제4이통사 좌초…"정부 개입 오히려 장애물"

'맹탕'·'재탕'·'실효성 없는 방안' 꼬리표 붙어...정부 책임론 대두 "정부의 정책 실패 결국 국민인 소비자부담" 지적 목소리 높아져

2025-07-02     이미현 기자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통신업계가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올해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기조에 따라 추진됐던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무산됐고 단통법 폐지 논의도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 됐다. 이에 따라 제4이통사 회의론과 함께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경쟁 활성화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에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제4이통사 출범을 준비해온 ‘스테이지엑스’의 5G 28㎓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하며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2월 제4이통사 후보에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 2050억원을 약속 기한 내 확보하지 못했고 △실제 주주 구성과 주주별 주식 소유 비율이 주파수 할당 신청서와 다르며 △주주들의 자본금 납입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자격 취소 요건에 해당된다고 봤다. 제4이통사 출범을 발표한 지 불과 4개월여만이다. 제4이통사 실패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시도해 7번이나 실패한 제4이통사가 올해는 출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과거와 동일한 이유인 재정 문제로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제4이통사 출범 회의론이 나온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지금까지 이런 문제가 7번 있었다"며 "2019년에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음에도 선정 기업의 재정 능력이 또 문제가 됐다면, 제4이통이 정말 필요한 건지 근본적인 검토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스테이지엑스에 배정된 28㎓ 대역 주파수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28㎓ 대역 주파수에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없어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통신비 인하 효과가 적을 것으로 관측됐다. 또 안정상 전 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중앙대 겸임교수)는 “28㎓ 대역은 다른 주파수 대역보다 많은 투자비가 필요함에도 과기정통부는 재정능력 문제에 대해 매우 소홀했고 사전 검증도 없었다”면서 “이는 재정능력이 부실한 사업자가 진입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제4이통사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 보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관 주도의 지나친 지원 정책은 관영 이동통신사를 신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나서 특정 사업자 봐주기라느니, 시장 경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주범이 정부라는 등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실패는 결국 국민인 소비자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역시 “신규사업자 진입을 통한 통신시장 경쟁은 이미 수 차례 실패한 대책의 재탕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이통3사가 저가요금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대다수 국민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단통법 폐지 논의도 ‘재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2020년부터 국회에 계류돼 있던 단통법 폐지 법안이 올해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를 통한 '민생 살리기'의 정책 일환으로 소환됐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막을 내려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서 단통법 폐지안이 발의되며 재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선 단통법 폐지의 실효성에 의문을 둔다. 현재 업계에선 가입자 확보를 위한 보조금 지원 등 출혈 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에 단통법을 폐지하더라도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커다란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알뜰폰 고객들이 이통사로 넘어가면서 알뜰폰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통신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를 이끌 방법은 알뜰폰 육성뿐”이라며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통신 요금 규제 강도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