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덜어낸 트럼프…美대법 "재임 중 공적행위 면책"

대법원, 1·2심 판결 뒤집어…11월 대선 전 판결 '사실상 불가'

2024-07-02     이설아 기자
미국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는 형사 기소를 면제받아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전복 시도 혐의에 대한 면책 여부 판단을 하급심 재판부에 넘겼다. 이로써 11월 대선 이전 해당 재판에 대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게 감소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의 '사적(un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지만 '공적(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있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공적 행위 역시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보수 성향의 대법관 6명의 '다수결'을 이기지 못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 적용 범위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최소한 대통령의 핵심적 헌법적 권한의 행사에 관해 면책특권은 절대적이어야 한다"면서 "그의 다른 공적 행동들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부여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급심 법원이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전복 시도 혐의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면책특권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1·2심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주장을 기각했으나, 대법원에서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이전 관련 판결이 내려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일부터 하계 휴정기에 돌입해 10월 첫째 주에 재개정하고, 설사 한 달 안에 하급심 법원 판단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항고하면 판단이 밀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직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큰 승리"라며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긴급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며 "미국에 왕은 없다. 우리 각각은 모두 법 앞에 평등하다"면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이는 대통령 또한 그러하다"고 대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대법원의 결정은 법치를 훼손했다"면서 "미국인들은 올해 대선 이전에 (2021년) 1월 6일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오늘 대법원의 결정으로 이는 매우 불가능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국민에 대한 끔찍한 책임 방기이며, 이제 미국인들은 법원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국민이 도널드 트럼프의 행위에 대해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형사 또는 민사재판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형사의 경우 △2020년 대선 전복 시도 의혹 외에도 △2021년 1·6 의회 난입 독려 △성추문 입막음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 크게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모든 재판을 대선 이후로 지연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며 사법리스크 파장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만약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내년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공소 취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