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령화+저출산··· '재고용' 필요성 급부상
초저출산·초고령화→생산가능인구 부족 심화 법정 정년 조정 공감대···"기업에 선택지 줘야"
2025-07-02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생산 가능 인구 부족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현행 법정 정년(60세) 이후 연금 수급 개시(65세)까지 소득 공백과 청년층 채용 감소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재고용'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인구 추계를 보면, 내년 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6%로,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인 약 1000만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를 맞게 된다. 급속한 노인 인구 증가세에 비해 직업·수입에 대한 대비 부족으로 노인빈곤율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노인빈곤율은 40.4%로 전체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용 정년을 둘러싼 사회적인 논의도 활발하다. 현재 국내 정년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따라 60세로 정해져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에 계속고용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달 말부터 노·사·정 합의로 구성된 12명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고용·노동제도 논의에 나섰다. 법정 정년 조정을 놓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지만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가 큰 만큼, 제도 보완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에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정년 폐지 등의 선택지를 주는 일본식 계속고용정책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에선 전체 기업의 약 80%가 정년 후 재고용을 도입한 상태다. 직접 고용뿐 아니라 자회사로 재고용이 가능하고, 중소기업 중 정년을 아예 폐지한 곳도 많다. 정년 연장에 거부감을 표하는 경영계에서도 법정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하는 양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고령자 계속고용정책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67.9%가 '재고용' 방식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년연장'은 25.0%, '정년 폐지'는 7.1%로 집계됐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 불안정 노동 실태와 정책 대응' 연구보고서에서 "기업에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늘리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 또는 61세부터 노동자와 재계약을 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제도로 의무화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일본 사례를 참고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 또는 재고용과 같은 계속고용 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