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임금 부담’…계속고용제도 확대 촉구
대기업 10곳 중 3곳만 60세 이상 고용 중소기업, 인건비 지불여력 한계 달해 임금제 개편·정부 차원 지원정책 필요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부가 계속고용제도(재고용, 정년연장·폐지) 도입을 유도하고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고령층 고용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의제별 위원회인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향후 사회적 합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다만 정년연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고령자의 고용이 확대되면 중장년층 및 청년층의 취업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년 확대 시 호봉제로 인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임금체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근로자만 혜택을 보는 정년 연장 대신, 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재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제도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국무조정실 산하 한국노동연구원 이승호 연구위원 등이 발간한 ‘고령 불안정 노동 실태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노동력 부족과 잠재성장률 저하를 막기 위해 60세 이상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보고서는 65세 정년 연장 법제화보다 △기업이 직접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방안과 △61세부터 노동자와 재계약하는 방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성을 위해 둘 중 하나를 도입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다만 기업들은 고령층 고용에 다소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에 불과했다. 대기업 10곳 중 3곳만 고령층을 고용 중인 셈이다. 이 중 60세 이상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기업은 10.2%다.
응답 기업의 78.4%가 중고령 인력의 근무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기업의 74.9%가 중고령 인력을 관리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중심적 인사관리제도와 기업문화가 여전하고 중고령 인력의 근로조건 조정 및 전환배치를 위한 노조와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특히,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37.6%가 ‘높은 인건비 부담’을 꼽았다. 이어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22.4%)’,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16.5%)’, ‘건강 및 안전관리 부담(15.3%)’ 등 순이었다.
이는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임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중장년층의 고용 비용을 생산성 대비 과도하게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나아가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하면서도, 재취업 시엔 일자리의 질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4년 7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소기업들의 경영상 애로사항 2순위가 인건비 부담이었다.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으로 인해 중장년층을 고용하고 싶어하지만, 이들 역시 임금 지불에 대한 부담감은 동일하다.
현재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노사 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이미 지불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는 41.2%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농림어업(43.1%), 숙박·음식점업(37.3%), 기타서비스업(25.3%) 등 일부 업종에서 특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