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최고위원 선거로 '속앓이'···계파내전 방불 vs 친명 일색

與, 선출 최고 4명 사퇴면 지도부 붕괴···리더십 불안 우려 野 최고 출마자들 '명비어천가'만···자정작용 상실 지적

2025-07-02     이태훈 기자
국민의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된 국민의힘도, 준비가 한창인 더불어민주당도 최고위원 선거로 인해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여당은 최고위원 후보들의 계파가 너무 명확히 갈리면서 차기 지도부가 꾸려져도 '일심동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은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후보들이 꾸려지며 지도부가 자정작용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여권에 따르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자는 9명, 청년최고위원후보자는 10명에 이른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인사들이 당대표 후보와 소위 '러닝메이트'를 구성해 사실상 공동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박정훈·장동혁 최고위원 후보,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짜 전당대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원희룡 후보는 인요한 최고위원 후보, 박진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손을 맞잡았다. 나경원 후보는 공식적으로 러닝메이트를 지정하진 않았지만, 김민전 후보에게 최고위원 출마를 제의한 바 있다. 나 후보는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에 대해서는 "전략적 협력관계"라며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일부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이 비공식적으로 특정 후보에 줄을 서는 행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후보는 전당대회 러닝메이트 출마를 '줄 세우기 정치'로 규정하며 비판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권에서 '계파색'이 가미된 최고위원 선거에 우려를 나타내는 데는 당헌·당규상의 이유가 크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하면서 지도부가 와해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신임 당대표는 안정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을 포섭해야 하는 숙제를 안는다. 선출직 최고위원은 5명인데, 그중 여성·청년최고위원 할당은 각 1명이다. 유일 여성 최고위원 후보인 김민전 후보를 사실상 당선으로 본다면, 어떤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차기 지도부를 둘러싼 역학 관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서로 수위 높은 비판을 주고받는 한동훈·원희룡 후보 중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최고위원으로 상대 계파 인원들이 다수 당선된다면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일 수 있다. 민주당은 정반대로 획일성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까지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인사들은 전부 '이재명 수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정봉주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재명 대표를 지키려면 '닥치고 공격', 즉 '닥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 집권 준비의 출발(김민석 의원)", "함께 동행할 진정한 지도자로 이 대표를 선택한 것(한준호 의원)", "최고위원 후보로 이 대표 곁 지킬 것(강선우 의원)", "검찰독재 정권에 맞서 이 대표와 민주당을 지키겠다(김지호 부대변인)" 등 '이재명 중심'의 출사표가 난무했다.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실현되고, 모든 최고위원이 친명 인사들로 채워진다면 '획일화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선 "지도부의 자정작용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이 '명심 경쟁'을 펼치는 것에 대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