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소기업 상생 확산…공급망 단위 경쟁력 육성 박차
EU CBAM 예고로 대기업‧협력사 상생 강화 정부‧대기업 공동 지원으로 현장 우려 줄여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공급망 단위의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별 협력을 넘어 공급망 중심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 기업 간 협력으로는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대기업도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기 위해 협력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경기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 다방면에서 경기 하강 요인이 관측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출 지표가 반등하고 있으며, 물가도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대외리스크가 기업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CBAM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오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철강‧시멘트‧전기‧비료‧알루미늄‧수소 등 6개 품목 수출기업에 탄소배출량 만큼 세금을 부과한다.
CBAM은 국내 기업들에게 치명적이다. 공급망 단위의 혁신 없이는 대기업도 유럽 판로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유럽에 수출하는 단계에서 해당 기업의 협력사 탄소배출량도 측정해야 한다. 사실상 협력 중견 및 중소기업의 탄소배출량까지 일괄적으로 확인해야 유럽 시장에서의 사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신서린 한국생성기술연구원 박사는 “이제는 CBAM에 적용되는 기업뿐 아니라 나사나 볼트 같은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까지 전부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면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공급망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3년 4분기 기준 CBAM 대상 기업은 1100여개지만 그보다 더 많은 기업이 CBAM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CBAM 규제 대상 6대 품목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235개사를 대상으로 CBAM 관련 애로사항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탄소배출량 산정·검증절차 이행’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BAM 맞춤 컨설팅’과 ‘탄소배출량 관리 실무 교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돌파하기 위해 공급망 혁신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중소기업 도약 전략’ 발표 당시 상생형 ESG 공급망 혁신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개별기업 단위의 ESG 전환이 아닌 대기업·협력 中企 간 공급망 전체의 ESG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대기업은 산업별 특성, 글로벌 규제 등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한다.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협력 중소기업 컨설팅 및 협력사 연계 지원도 추진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한국경제인협회의 경영자문단 200여명을 공급망 혁신 컨설팅에 투입할 예정이다.
공동 해외 공급망 진출도 상생을 바탕으로 추진한다. 중기부는 재무능력이 취약한 제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해외에 진출(공장 구축 등) 할 수 있도록 대·중소 상생 프로그램 도입한다. 대기업은 생산설비 구축 및 제품 생산 등을 위한 기술 컨설팅, 생산설비 구축 자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해외 생산설비 구축, 현지 마케팅‧네트워킹, 대‧중소 동반진출 보증 우대(기보) 등을 진행한다.
스마트공장도 공급망 단위 혁신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 부문에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중소기업은 3000여곳에 달한다. 작년부터는 기존 생산 효율성 제고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며, 지능형 공장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외 ESG 이슈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야 대응할 수 있다. 무역 규제 등으로 상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과 ESG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대기업과 ESG 공급망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기대 반, 걱정 반’인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보다 타 기업에 납품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탄소배출량 확인 및 컨설팅 지원을 펼치는 대기업과 정부의 지원에는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현장에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점차 회복되고 있는 중소기업 수출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라면서 “아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더욱 폭넓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