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핵무장, 다 좋은데···핵무기 실험은 어디서?

2025-07-03     조석근 기자
조석근
북한과 러시아가 과거 소련 시절의 동맹 수준으로 군사협력을 부활시켰다.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자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온다. 북핵에 대한 위험을 이전보다 강렬하게 인식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럽다. 당장 여당 내에서 핵개발을 경쟁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민감한 시기다. 그 후보들에 대한 여론의 집중도 역시 평상시와 다르다. 나경원 후보가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6월 25일 페이스북에 "6·25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곧바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동의했다. "극우로 불리는 게 두려워 좌파들의 눈치나 보는 얍삽한 지도자는 필요 없다"는 취지다. 유승민 전 의원도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권리가 가장 완벽하게 적용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지지 발언을 남겼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다. 일단은 신중한 의견이지만 그래도 "일본처럼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안보 지형은 현 정부와 여당이 들어선 직후부터 급속히 요동치고 있다. 그 위기감은 충분히 표출될 수 있다. 다만 핵개발은 정부수립 이래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추진된 적 없다. 미국은 한반도 안전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한다. 그 대가로 한국은 핵개발을 추진하지 않는다. 이를 전제로 한 한미 공조는 진보·보수 정권 구별 없이 한반도 안보 근간이다. 핵개발 또는 핵무장이라는 세음절 단어 그 자체가 지닌 함의는 그만큼 거대하다. 핵무장은 주로 보수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좀 더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을 보여달라. 가령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본 원료는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이다. 중동에서 석유, 호주에서 철광석 수입하듯 쉽게 구할 수 있는 원자재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원자력기구의 엄격한 통제를 거친다. 핵무기를 몇 개 이상 가져야 한국이 안전해지는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2024년 1월 기준 추산한 러시아 보유 핵무기는 5580기다. 미국은 5044기다. 북한의 경우 50기가량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는 것은 좋다. 그런데 왜 세계 최대 핵국가 러시아와의 관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인가. 현 정부는 원전에 우호적이다. 그러나 원전이란 게 발전소를 늘리기도 방폐장을 건설하기도 참 어렵다. 대상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 때문이다. 핵폭탄을 개발한다고 치면, 어디서 핵폭발 실험을 해야 하나. 핵실험장을 어디다 만드나. 핵폭탄만으로는 부족하다. 투발수단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핵을 떨어뜨릴 전폭기도, 핵을 장착할 장거리 미사일도, 은밀히 발사할 핵잠수함과 관련 미사일 기술도 필요하다. 이 모두가 핵무기를 운용하기 위한 필수 요소들이다. 현재로선 핵개발을 향한 주장들이 공허하게 들린다. 실제 핵개발 성사 여부보다는 핵개발을 주장하면서 대북 강경파, 보수 적통이라는 본인들의 정치적 아이덴티티를 한껏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핵개발에 좀 더 전향적인 여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충실한 근거로 국민들을 설득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