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뚝심' 반도체 사업 강화하는 SK

SK하이닉스, 2028년까지 5년간 총 103조원 투자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 신설 최태원, 美 출장서 글로벌 리더들과 협력 방안 모색

2024-07-03     박지성 기자
최태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SK그룹이 빈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 및 조직 신설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최태원 회장도 반도체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동분서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시장 리더십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반도체 주력 계열사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까지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중 약 80%에 해당하는 82조원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관련 사업 분야에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생산 기지 투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급증하는 HBM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청주캠퍼스에 M15X를 신규 건설해 D램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11월 준공 후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팹(반도체 생산공장) 4기가 구축될 대규모 생산기지 용인 클러스터의 첫 팹도 내년 3월 공사에 착수해 오는 2027년 5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관력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난달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달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CEO)을 위원장으로 보임하기로 결정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 주요 관계사 경영진이 모여 그룹 차원의 경영 아젠다 방향성을 논의하고 시너지를 모색하는 최고의사협의기구다. 반도체위원회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스퀘어,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이 참여한다. 소재(SKC), 웨이퍼(SK실트론), 특수가스(SK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하드웨어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맥락으로 SK하이닉스도 CEO 지원 조직 '코퍼레이트 센터'를 신설했다. CEO 직속으로 신설하는 '코퍼레이트 센터'는 전략, 재무, 기업문화, 구매 부문 등을 편제해 전사 지원 조직 기능을 통합적으로 조율하게 된다. '코퍼레이트 센터' 담당에는 송현종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SK하이닉스는 '코퍼레이트 센터' 신설 배경으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CEO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곽노정 CEO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도 미국 출장 중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팻 겔싱어 인텔 CEO 등과 잇따라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마존은 최근 각각 머신러닝(ML) 학습과 추론에 특화한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움', '인퍼런시아'를 개발하는 등 반도체 설계부터 서비스까지 AI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두 반도체는 처음부터 AI를 위해 개발한 반도체로, 고성능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필요로 한다. 최 회장은 또 새너제이 인텔 본사에서 겔싱어 CEO를 만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오랜 반도체 파트너십을 높이 평가하고, 첨단 반도체 제조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등을 모색했다. 인텔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가속기인 '가우디 3'를 출시하는 등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에도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TSMC,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아마존, 인텔까지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리더들을 잇따라 만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과 만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