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진료축소… 빅5병원, 전공의 처분따라 휴진 재개 우려

아산병원 교수 비대위 "주요 수술, 작년比 49% 감소할 것" 빅5 병원 중 '무기한 휴진'은 세브란스 병원 뿐 政, 미복귀 전공의 처분 조만간 발표"

2024-07-04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오늘(4일)부터 진료 축소에 나섰다. 빅5 병원 중 4개소가 진료 체계를 유지하면서 우려했던 의료공백은 없을 전망이지만, 향후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을 어떻게 처분하느냐에 따라 교수들이 다시금 무기한 휴진에 돌입할 가능성이 남았다.

4일 서울아산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본래 이날부터 일주일 휴진을 예고했으나 환자 피해 등을 고려해 진료를 축소하고 재조정하기로 했다.

비대위의 자체 집계 결과, 4일 주요 수술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9% 줄고, 전주보다 29%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외래진료는 작년 동기간보다 30.5%, 전주보다 17.2% 축소되고, 신규환자 진료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1%, 전주보다 16.5% 줄어든다.

비대위는 환자들을 향해 "정부의 폭력적인 의료정책 추진으로 촉발된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해달라"며 "이미 진단된 질환의 2차 소견이나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자는 가급적 외래진료 예약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발생 암 환자의 13%를 치료해 온 가진 아산병원의 의료 역량이 감소한 상황이나, 당초 예고한 ‘무기한 후진’이 아닌만큼 우려할 수준의 환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또한 아산병원의 진료 축소에 대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같은 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아산병원 교수 비대위는 당초 예고한 전면 휴진이 아닌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환자들을 위한 결정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기한 집단휴진과 같은 극단적 방식은 중단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을 기준으로,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한 4개 병원이 일단 정상 진료체계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27일부터 개별적으로 휴진을 시작했지만 응급실 등 위중증자들을 위한 진료는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무기한 휴진을 철회했으며, 가톨릭대병원과 삼성병원은 휴진을 유예한 상태다.

그러나 의대교수 단체들의 집단행동 참여 명분은 ‘사직 전공의’에 대한 보호인 만큼, 향후 정부가 이들에게 어떤 처분을 내리느냐에 따라 다시 무기한 휴진으로 돌아설 수 있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2일 권병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6월 말 기준 전공의 복귀 현황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책을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 연기와 복귀자 선처를 약속한 정부로서는 더 이상의 특별대우를 전공의들에게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늘도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가 정상적으로 수련을 이어가고, 전문의 자격 취득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조치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정부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7.9%다. 전체 1만3756명 중 1087명이다. 전공의 사직 확정을 위한 중간 점검 시점으로 정한 6월 말(28일 1071명)과 대비하면 고작 16명 늘어났다. 또 1일 기준 전체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0.49%로, 1만506명 중 51명이다. 지난달 28일과 대비해 사직 레지던트는 4명 증가했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최근 야당이 ‘공공의대’법을 추진하며 의료계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공공의대 설립은 의대증원과 더불어 의료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안이다.

문재인 정권 당시에도 관련법안이 추진되며 의료계가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22회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며, 지난 정권 당시 무산됐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지역 의사제 등 공약들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국일 정책관은 "복귀를 고민 중인 전공의는 하루라도 빨리 수련현장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 정부는 복귀 전공의가 수련에 전념하면서 전문의 자격을 차질 없이 취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