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14년 만의 총리 배출 전망…스타머 "금요일 칼퇴할 것"
인권변호사 출신 키어 스타머, 차기 총리 유력 EU 관계 강화·난민 이송 폐기 등 '중도 성향' 가져
2025-07-04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영국 조기 총선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제1야당인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14년간 집권해 온 중도우파 보수당을 누르고 정권을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영국 유권자 약 4900만명은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650개 지역구의 하원 의원을 선출한다. 선거 직전 여론 조사에서 노동당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노동당이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집권 여당이 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노동당의 스타머 대표는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2020년 4월부터 노동당을 이끌어왔다. 그는 강한 진보 성향의 제러미 코빈 전 대표가 2019년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사임한 뒤 좀 더 중도적인 성향으로 노동당을 이끌어 왔다. 영국 국민들이 노동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보수당이 현재 물가 급등과 낮은 성장률, 의료 시스템 개혁 실패 등 연이은 실정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후폭풍을 겪으며 민심이 크게 악화했다. 이에 스타머 대표는 '국가 정상화' 공약을 내걸며 중도층 포섭에 나섰다. EU와의 무역협정 재검토 및 공공 지출 규정에 대한 엄격한 준수 등을 약속했다. 또 보수당의 무분별한 '르완다 난민 강제 이송 정책'은 폐기하면서도 국경 안보본부 신설로 불법 이민을 최대한 막겠다는 공약을 냈다. 노동당은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직선 광역 단체장 11석 중 무려 10석을 획득했다. 보수당 대표인 리시 수낵 현 총리가 이러한 여론 흐름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자 본디 10월 즈음으로 예정됐던 총선을 3개월 앞당기는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지만 구도를 바꾸진 못했다. 한편 앞서 스타머 대표는 총리가 되더라도 금요일에는 가족과 저녁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혀 가정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수년간 금요일에는 오후 6시가 지나면 자녀를 위한 시간을 보내왔고 이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업무와 관련된 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계에서는 하루 24시간, 주 7일 일정을 채워넣어야 더 나은 결정권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가정 양립은) 오히려 압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고 아빠로서뿐 아니라 정치에도 더 좋다"며 "어렵겠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